들어가며 _ 정치적 낙담의 여정
슬금슬금 다가오는 사회주의: 전후 자유 시장 옹호론자들의 울분
모두를 기업가로: 우울에 대한 신자유주의적 처방
소득의 분배와 자본의 가치 상승: 새로운 사회 문제의 밑그림
1장 _ 기업 거버넌스의 이해 관계
고용주와 투자자
이윤 추출과 신용 할당
협상과 투기
비용 계산과 리스크 평가
임금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
피고용인과 이해 관계자
고용주 카르텔과 신용 평가사
2장 _ 정부 정책의 책무
조세와 부채
주기적인 선거와 끊임없는 가치 평가
공간의 요새화와 시간의 점유
포퓰리즘 옹호와 은행 벤치마킹
채무자 벗어나기와 채권자 따라 하기
3장 _ 개인 품행의 가치 상승
자립심 고취하기와 활력 잃은 이들 코치하기
불안해하는 이들 안심시키기와 신용 잃은 이들 솎아 내기
불안정 노동자와 자유 계약자
종속에 대한 보상과 상호 의존성에 대한 후원
임노동자와 피투자자
코다
감사의 말
미셸 페어와의 인터뷰
옮긴이 후기
후주
찾아보기
금융 자본 내부에서 전개되는
대항 투기의 가능성
금융의 전면적인 지배에 좌절해 우울에 빠지는 대신
금융화가 생산한 ‘피투자자’라는 조건에 거주하면서
동시대 자본주의에 도전할 가능성을 발견하려는 이론적, 실천적 기획
2008년의 대침체는 금융의 위력과 위험을 각인한 사건이었다. 체계 자체를 뒤흔든 위기의 여파로 각국 정부는 무분별한 금융 기관을 비난하며 규제를 약속했고, 분노한 대중은 ‘1퍼센트에 맞서는 99퍼센트’를 외치며 월스트리트 같은 상징적인 장소를 점령했다. 일촉즉발의 상황 속에서 신자유주의는 돌이킬 수 없이 침몰한 것처럼 보였다.
그럼에도 신자유주의는 죽지 않았다. 위기를 수습하고 ‘정상’ 상태로 돌아가자 오히려 더 강고해지기까지 했다. 정부들은 애초 공언과 달리 시민을 희생시켜 은행을 구제했고, 그렇게 살아난 은행들은 자신을 구해 준 정부의 재정 상태를 우려하며 재차 긴축을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점령 운동의 물결도 곧 사그라들었을 뿐 아니라 ‘99퍼센트’ 중 상당수가 금융 회로에 포섭되었다. 노동 소득으로 안정적인 삶을 꾸릴 가능성이 희박해진 탓에 갈수록 많은 사람이 투자 혹은 투기에 매달리면서 주식과 부동산, 암호 화폐의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기후 위기가 점점 더 가시화되고 팬데믹까지 이어져 불안이 가중되고 있지만 얼핏 보기에 유의미한 변화를 요구하고 이끌 만한 세력은 눈에 띄지 않고 있다.
특히 금융은 사회 전 분야에서 그 어느 때보다도 막강한 위력을 자랑한다. 금융 기업이 세계를 지배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뿐더러 비금융 기업의 금융화도 상당히 진척되었다. 따라서 현재 기업 경영에서 가장 큰 입김을 행사하는 것은 주주와 투자자의 요구다. 정부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이들은 자국 채권 소유자의 권력에 크게 종속된 채 재정 건전화를 통해 투자자 눈에 비치는 자신의 매력도를 유지하는 데 사활을 건다. 또 금융은 개인들의 사고 방식과 행동에도 영향을 미친다. 안정적인 일자리가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 사람들은 대출과 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