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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저자 김기택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출판일 2005-01-19
정가 12,000원
ISBN 9788932015675
수량
소가죽 구두
자전거 타는 사람
타이어
얼룩
계란 프라이
불룩한 자루
풀벌레들의 작은 귀를 생각함
소나무


복잡한 거리의 소음 속에서
직선의 원
아줌마가 된 소녀를 위하여
물 위에서 자다 깨어보니
우글우글하구나 나무여
어린 나무들
황토색
그루터기
머리 깎는 시간
빗방울 길 산책
맑은 공기에는 조금씩 비린내가 난다
유리창의 송충이
상계동 비둘기
수화

무단 횡단
재채기 세 번
눈길에 미끄러지다
거부할 수 없는 유산
다리가 저리다
타조
양철 낙엽
토끼 6섯 마리
물은 좌판 위에 누워 있다
상계1동 수락산 입구
흰 스프레이
주말 농장
나무들
토끼
수다 예찬
티셔츠 입은 여자
멋진 옷을 보고 놀라다
버스 기다리는 사람들
전자레인지
열대야
가로수
기이한 은총
초록이 세상을 덮는다
어린 시절이 기억나지 않는다
범바위굿당 할머니들
그들의 춘투
물불
명태

분수
교동도에서
어떻게 기억해냈을까

해설 ㅣ 거대한 침묵 - 이혜원
김기택 시인의 네번째 시집 『소』가 문학과지성사에서 발행되었다. 첫번째 시집과 두번째 시집에서도 「소」라는 시를 실었던 시인은 이번 시집의 제목을 『소』로 정했다. 매번 다른 모습으로 나타났던 ‘소’는 김기택 시 세계의 변화 과정을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

시집 『사무원』에서부터 도시적 삶의 생태를 본격적으로 그리기 시작했던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도 도시화로 인해 전반적으로 변화된 삶의 양상에 대한 비판적 성찰을 기조로 하고 있다. 전면적인 도시화는 자연의 구석구석까지 영향을 끼치고 있으며 우리의 삶도 이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시인의 시선은 도시화되어 번다할 수밖에 없는 우리의 삶과 눈에 잘 띄지 않는 자연의 모습으로 향한다.

비둘기들은 상계역 전철 교각 위에 살고 있다
콘크리트 교각을 닮아 암회색이다
전동차가 쿵, 쿵, 쿵, 울리며 지나갈 때마다
비둘기들은 조금도 놀라지 않고
교각처럼 쿵, 쿵, 쿵, 자연스럽게 흔들린다
비둘기들은 교각 위에 나란히 앉아
자기들 집과 닮은 고층 아파트들을 바라본다
사람들이 아파트에서 거리를 내려다보듯
비둘기들도 상계역 주변 거리를 내려다본다
도로변 곳곳에 음식물 쓰레기와 물웅덩이가 있다
사람들이 노점에서 주전부리를 즐기는 동안
비둘기들도 거리에서 푸짐한 먹거리를 즐긴다
자동차들이 쉬지 않고 무서운 속도로 달려오지만
비둘기들은 가볍게 경적과 속도를 피하며
가게에서 물건을 고르듯 느긋하게 모이를 고른다
가랑이 사이로 비둘기가 활보하는 것도 모르고
사람들은 막연히 남의 구두가 지나갔겠거니 생각한다
비둘기들은 검은 먼지와 매연을 뒤집어쓰고
언제나 아스팔트를 보호색으로 입고 다녀서
상계역에 비둘기들이 사는지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상계동 비둘기」 전문

시인은 먼저 도시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과 그들의 흔적을 집중적으로 관조하며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