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마음속 깊숙한 고민을 쓰다듬는 황선미표 동화
『들키고 싶은 비밀』 『나쁜 어린이 표』 등에서 어린이 마음속 깊이 숨은 고민을 포착하고 다정하게 어루만져 온 우리나라 대표 작가 황선미가 저학년을 위한 동화 『강아지 걸음으로』를 펴냈다. 소심한 아이 영재와 겁쟁이 예비 안내견 바론이 각자의 고민을 안고 1년 동안 특별한 우정을 쌓아 나가며 성장하는 이야기다.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회사를 그만두고 주부가 된 아빠, 바론을 데리고 나오라며 괴롭히는 반 아이들, 영재를 더욱 주눅 들게 한 체험 학습의 괴로운 기억 등 말 못 할 고민으로 끙끙 앓는 영재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 나가는 모습이 미덥게 그려진다. 바론을 ‘친구’로 받아들이고, 오랫동안 자신을 괴롭히던 감정을 떨쳐 내는 과정에서 자신을 존중하는 법을 조금씩 배워 나가는 영재의 모습은 비슷한 경험을 가진 어린이들의 공감을 이끈다. 학교생활, 가족 관계에서 어려움을 겪는 주인공의 미묘한 심리를 군더더기 없이 담담하고 섬세한 문장으로 그려 낸 황선미 작가의 역량이 빛나는 작품이다.
“지금은 나 혼자 바론을 책임져야 합니다.”
나 아닌 다른 존재를 존중한다는 것의 의미
우리 가족은 바론을 1년만 돌보기로 했어요. 곧 있으면 바론이 다시 안내견 학교로 떠나는 거예요. 그런데 그게 이별이라는 생각은 못 해 봤어요. 어쩌면 바론을 다시는 못 만날지도 몰라요. 나는 아직 누구랑 헤어져 본 적이 없는데. (40면
‘강아지 걸음’은 안내견 훈련을 받게 될 강아지를 일반 가정에서 1년간 돌보는 자원봉사 활동인 ‘퍼피 워킹’을 뜻한다. 영재가 “하지 말라는 건 참고, 하라는 것만 하는 애야. 정해진 사료만 먹어야 하고. 가엾은 바론.” 하고 안내견의 처지를 헤아리는 장면, 아직 이별을 겪어 본 적이 없기에 바론과의 헤어짐에 대해 곱씹는 장면은 반려동물과 함께 지내며 짊어지게 되는 책임감과 한층 커지게 되는 공감대의 폭을 보여 준다.
체험 학습에서 흙탕물에 빠진 일로 영재를 놀리던 ‘더블 파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