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그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을
르네상스의 언어로 말하다
마리가 작품 활동을 한 12세기는 15세기에 이탈리아에서 일어난 르네상스와 구분하여 “12세기 르네상스”로 불릴 만큼 문화사적으로 의미가 큰 시대다. 특히 프랑스어 문예 활동이 전례 없이 뜨겁게 일어났는데, 영웅 서사시, 아서 왕 로망스, 사랑에 관한 서정시, 연대기 등이 프랑스어로 쓰인 다음 여러 국가로 퍼졌다. 이 중에서 마리의 ‘래’는 기사도 로망스, 서정시와 함께 궁정 문학을 대표하는 장르다.
중세의 암흑기가 끝나고 도시가 발달하면서 귀족들은 힘과 영향력을 과시하는 수단 중 하나로 궁정을 세련된 문화예술 중심지로 가꾸면서 궁정 문학이 발전한다. 궁정 문학은 보통 궁정을 배경으로 한 사랑을 주제로 하며, 사랑은 주로 사회적 신분이 높은 사람들 간에 이루어져 깊고 세련되게 그려진다. 이런 점에서 래를 서정시에서 기사도 로망스로 옮겨가는 과도기적인 장르로 보기도 한다. 서정시와 비교해 짧은 기간에 일어나는 사랑을 다룬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지만, 서사(narrative가 좀 더 발전되었다. 기사도 로망스와 비교하면, 기사와 귀부인이 많이 등장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지만, 기사도 로망스가 남성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는 데 비해 래는 여성의 비중 또한 적지 않으며 개인적인 욕망에 집중한다는 차이점이 있다.
요컨대, 래는 사랑을 다루는 데서 내러티브와 개인에 집중한다고 볼 수 있는데, 이는 마리의 『래 모음집』에서 두드러진다. 특히 마리는 사랑에 따른 고통의 상황을 다루면서 사랑의 감정을 보다 깊이 다루고 있다. 그녀에게 사랑은 획일적인 기준으로는 판단할 수 없는,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이자 복합적인 감정인 것이다.
베일에 쌓인 작가, 마리 드 프랑스
여성 문학의 한 획을 긋다
마리 드 프랑스는 12세기 후반 잉글랜드 왕실과 귀족층을 독자층으로 삼아 작품을 쓴 것으로 추정되는 여성 작가로, 래 장르를 만들어낸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그녀에 대해 알려진 바는 거의 없다.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