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문
01 · 여성의 몸과 죽음의 근본성 ─김혜순 시인 ★ 김학중
여성의 몸을 발굴하기
살아서 죽음을 현시하는 존재는 모두 ‘너’인 ‘나’
살지 않는 생이 보여주는 죽음의 차원
그러므로 죽음을 손쉽게 다루지 마라
02 · 여러 다른 나-자신의 열매의 향기가 애도하는 빙하기의 역 ─허수경 시인 ★ 김학중
그 길은 혼자 떠나는 먼 길이지만
누구도 기억하지 않는 역에 도착하기
오래된 죽음과 대화하면 다시 태어나는 것들과 인사할 수 있지
03 · 제3의 길과 아노미적 죽음 ─최인훈의 『광장』과 박상연의 『DMZ』 ★ 우찬제
자살, 진정한 철학적 문제?
크레파스보다 진한 바다에서 이명준은…
‘푸른 광장’을 향한 과제의 거대함
만약 이명준이 자살하지 않고 제3국으로 갔더라면……
포로수용소, DMZ, 스위스에서의 죽음, 죽음, 죽음들……
04 · 오렌지 껍데기의 비애와 ‘난장이’의 죽음 ─자본세 시대의 죽음의 상상력과 불안 ★ 우찬제
월부인생과 오렌지 껍질의 비애 : 아서 밀러의 『세일즈맨의 죽음』
빚진 죄, 그 원인적 과실과 죽음: 카프카의 「변신」
산업화 시대의 불안과 죽음 :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05 · 일찍 꺾이다, 요절(夭折 ─이른 죽음과 애도 ★ 최성민
이른 죽음
가족의 요절이라는 깊은 상처
견디기 힘든 슬픔, 공감이라는 위로
재난이 불러온 이른 죽음
애도와 위로
06 · 현실 너머의 생명과 죽음 ─SF에서의 죽음 ★ 최성민
영생의 꿈
SF 문학 속의 과학과 질병
죽음이라는 상실
죽음이라는 생명의 증거
07 · 미아스마(miasma의 굴레─고대 그리스 비극에서의 죽음 ★ 이상덕
미아스마(miasma란 무엇인가?
아이스킬로스
소포클레스
에우리피데스
인생의 굴레, 죽음
08 · 두 영웅의 죽음 이야기─호메로스의 『일리아스』에서의 죽음 ★ 이상덕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와 죽음
파트로클로스의 죽음
헥토르의 죽음
아킬레우스
“나는 나의 죽음을 직접 경험할 수 없다.”
“문학 속에서 죽음은 경험되고 연습된다.”
현대 사회는 ‘죽음의 의료화’를 통해, 죽음의 의미를 ‘치료의 실패’로 간주하고 접근한다. 검찰이 기소권을 독점함으로써 전횡의 폐해가 발생하듯이, 의료인 또는 병원이 ‘죽음’을 독점함으로써 날이 갈수록 인간의 삶의 완전성, 전체성은 훼손되고 있다. 이것은 그렇잖아도 경험하기 어려운 죽음을 온전히 비정상적이며 병적인 사건으로 간주하도록 길들이고 제도화하는 것이다.
현대 의료 체계, 장례 시스템에서는 죽음을 인간 삶의 일부분으로부터 분리시키려 한다. 그러나 수많은 사상가, 철학자들이 되풀이해서 말했듯이 인간으로부터 죽음을 분리시키면 삶마저 훼손되고 만다. 인간의 삶은 ‘살아 있음’과 ‘죽음’이라는 동전의 앞뒷면으로 구성되는 어떤 것이기 때문이다. ‘사고사’라고 하는 급작스럽고 예기치 못한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 죽음이 오랫동안 살아온 집에서 가족에 둘러싸인 채 맞이하는 자기 삶의 종착점이자 새로운 세대의 시작이라는 의미는 아주 오래전에 퇴색하고, 중환자실 또는 요양원에 유폐된 채 ‘죽어가다’가 가족들에게는 “사망통지”의 형태로, 사후적으로 전달되는 형식으로 변질되고 있다.
하루 또는 길어야 일주일 내에 사망할 것이 거의 확실시되는 경우조차도 가족은 하루 30분씩 2회만 ‘죽음 과정’에 있는 가족을 ‘면회’하는 것이 허락되는 가운데 쓸쓸히, 외롭게, 그리고 ‘공포 속에서’ 죽어가는 것이 현대인이 되고 말았다. 오직 장례식장에서, 그것도 아주 잠깐의 조문 시간 속에 죽음을 가두어 버린 채, 죽음을 회피하고 짐짓 망각하며, 살아가도록 길들여진다. 이는 도살장에서 짧은 생애를 마치는, 공장식 축산에 의해 길러진 ‘고기’들의 생애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그런가 하면 이태원 참사는 159명이 죽은 일회적 사건이 아니라, 한 사람 한 사람이 죽은 사건이 159회나 잇달아 일어난 사건이다. 시인 정현종이 “사람이 온다는 건 /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 그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