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독자들에게
머리말
1장 ‘원점’이 된 ‘아시아문화회관’
2장 한국인 피폭자, 손진두의 넋
3장 ‘국적’이라는 차별 장치
4장 ‘히타치’에서 ‘민투련’으로
5장 ‘헌법 파수꾼’의 인권 감각을 쏘다
6장 자이니치 한국인 변호사 제1호, 김경득이 남긴 것들
7장 지문날인 거부: 일본의 공민권 운동
8장 지문날인 거부 2
9장 ‘잊혀진 황군’들의 절규
10장 전후 보상 재판에서 조위금법으로
11장 ‘당연한 법리’란 무엇인가
12장 외국인 참정권이라는 ‘출발점’
13장 조선학교의 대학수험 자격 문제
14장 ‘시작’으로서의 에다가와 조선학교 재판
15장 21세기의 4·24, 고교무상화 배제와의 싸움
16장 무상화 재판의 새 단계: 종축을 통해 본다는 것
보론 일본인의 전쟁관· 아시아관에 대한 사적 단상―다나카 히로시
서간 이번 조선고교 무상화 문제에 부쳐―권순화
맺음말
역자 후기
참고문헌
자이니치 권리 투쟁의 산증인,
다나카 히로시가 반세기에 걸친 역사를 말하다
일본 도쿄도 기타구에는 조선학교 중 하나인 도쿄조선중고급학교가 있다. 어느 날 한 학생이 통학로 아카바네역에서 어떤 낙서를 발견한다. ‘조선인을 죽이는 모임’이라고 적혀 있었다. 2022년 9월 9일에 벌어진 일이다. 사건이 일본 언론에 보도된 것은 그로부터 3주가 지난 그달 30일이었다. 오래전 일이 아니라는 사실도 놀랍지만, 더 멈칫하게 되는 점은 조선학교나 자이니치를 향한 증오 범죄가 일본 사회 내에서 그다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라는 데 있다. 한국 독자에게도 익숙한 극우 민족주의 단체 ‘재일 특권을 용납하지 않는 시민 모임’(재특회의 존재와 그 거리낌 없는 행보를 봐도 알 수 있듯, 일본의 인권 의식은 후퇴하고 역사수정주의가 횡행하고 있다.
여기, 늦게나마 알아야 할 이름들이 가득 담긴 책이 출간되었다. 지난 반세기에 걸친 자이니치 투쟁사와 각각의 현장을 뜨겁고 날카롭게 증언하는 《공생을 향하여》이다. 무엇보다 먼저 붙잡아야 할 이름은 저자 다나카 히로시다. 한국 사회에는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일본에서는 진보 진영의 대표적인 지식인이다. 경제학자이자 현재 히토쓰바시대학 명예교수로 있는 그의 전문 분야는 일본-아시아 관계사, 포스트 식민지 문제, 재일 외국인 문제, 일본의 전후 보상 문제 등이다. 그가 걸어온 궤적 자체가 차별과 편견을 깨부수는 투쟁의 역사였고, 그 중심에는 자이니치가 있었다. 손진두, 송두회, 박종석, 최창화, 김경득, 강부중, 정향균 등 수많은 자이니치가 그와 함께 걸었다. 다나카 히로시는 주로 자이니치 2세 이후 세대가 짊어진 대부분의 권리 운동에 깊이 관여했고, 함께 달려왔다. 문자 그대로 자이니치 인권 투쟁의 살아 있는 증인이다. 그 숱한 기억을 기록으로 남기는 일에, 책의 또 다른 저자인 나카무라 일성이 함께했다. 그들은 2016년을 시작으로 오래고 긴 인터뷰를 거듭하며 ‘투쟁의 철칙’을 묻고, ‘양보할 수 없는 선’을 말하며, 이다음을 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