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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섬이 된 할망 : 설문대루트, 신의 길을 찾아 나선 물음표의 순례
저자 한진오
출판사 한그루
출판일 2023-02-20
정가 15,000원
ISBN 97911686708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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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제주섬의 창세기 10

01 생각의 지도 속 설문대 27
02 물 가운데 섬 하나, 섬 가운데 산 하나 36
03 청산에 앉아 등경돌에 불 밝히고 48
04 가장 깊고 높은 전설의 두럭산 62
05 신들의 본향에 무쇠솥을 걸다 73
06 여신께서 밤사이 바다를 메우시니 83
07 나는 바람으로 모든 세상을 잇는 다리를 놓으리라 91
08 사라진 홍릿물을 찾아서 101
09 세월을 엮고 대지를 다져 111
10 다시 솥을 앉혀 만생명의 양식을 짓다 120
11 선마선파 활아활아 131
12 신과 만난 어느 석수의 이야기 142
13 세상을 지으신 뒤에 권능을 버리다 152
14 다끄네 솥덕바위는 어디로 164
15 산꼭대기는 다시 산이 되어 174
16 창조주의 지문을 찾아서 183
17 섬은 또 하나의 섬을 낳고 193
18 마르지 않는 물에 새긴 여신의 발자국 204

에필로그 돌아오시기를 기원하며 215
나는 어디에서 태어났을까? 누구에게나 태어난 곳이 있다. 나는 이따금 고향이 없다는 사람들을 만난다. 태어나자마자 한곳에 발붙이지 못하고 여기저기 떠돌며 살았기 때문이라는 이유가 붙는다. 그런 말을 듣게 될 때면 고향이 무엇인지 생각에 빠지곤 했다. 제주라는 섬에서 태어나 여태껏 살아온 나에게는 고향이라는 이미지가 단단히 각인되어 있어서 그들이 사뭇 낯설게 보였으니까.

그들이 말하는 고향이란 단지 장소이거나 공간이 아니다. 삶의 내력과 영혼의 서사가 담겨 있는 곳을 고향이라고 이른 것 같다. 고향이 없다는 이들은 대부분 스스로 영혼이 메마른 삶이라고 말한다. 첨단도시의 군중 속에서 찰나의 휴식도 없이 앞만 보고 달리는 경쟁이 인생의 전부라고. 영혼이 기화되어 메말랐다는 그들과 달리 나는 고향이 있다. 그런데 나 또한 그들처럼 영혼이 사라진 채 부유하는 이유는 뭘까?

시곗바늘이 미래를 향해 척척 나아갈수록 내 고향 제주의 모습은 지나온 시간처럼 엷게 지워지고 있다. 어느 날은 어릴 적 뛰놀았던 언덕이 사라지고, 또 어느 날은 자맥질했던 바다가 빌딩 숲으로 변하며 내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잊게 만드는 고향 지우기가 시간마저 추월하는 것 같다. 고향에 발붙여 사는데 고향을 잃어버린 실향민이거나 나 또한 애초에 그런 곳이 없었다는 착란의 미망에서 벗어나기 힘겹다.

이 미망은 당연히 상실감에서 비롯되었다. 상실감이 원인임을 자각한 뒤 질문을 바꿨다. 내가 태어난 곳은 어떤 곳이며 누가 만들었을까? 그것을 알면 번민도 사라지고 잃어버린 영혼을 되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하여 제주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이 섬의 창조주 설문대할망을 만나기로 작심했다. 설문대의 전설과 흔적이 남아 있는 곳을 샅샅이 뒤지다 보면 여신을 만날 수 있겠다. 그때가 되면 내가 이 섬에 태어난 이유는 물론 내 영혼의 정체에 대해서도 답해주시리라 믿었다. 그렇게 나는 의문부호로 가득 찬 꾸러미를 메고 여신을 찾아, 고향을 찾아, 잃어버린 내 영혼을 찾아 오랫동안 이 섬을 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