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상세보기

도서명 아그작 아그작 쪽 쪽 쪽 츠빗 츠빗 츠빗 : 텃밭 시 그림책 - 그림책은 내 친구 69 (양장
저자 유현미
출판사 논장
출판일 2023-02-20
정가 26,000원
ISBN 9788984144941
수량
“이 소박한 영토에 발을 들이면 거짓 없는 세계가 조용히 펼쳐진다.”

지나치기 쉬운 작은 생명을 따뜻한 시선으로 포착해 더없이 인간적으로 그 본질을 표현한다는 평을 듣는 작가 유현미가 작지만 큰 땅, 텃밭을 가꾸며 온몸으로 만난 생명과 자연과 인간에 대한 단상을 아름다운 시로 엮어 냈다.
흙 파고 김매며 열심히 노동을 하다 떠오른 순간순간의 생각을 잡아낸 글과 그림, 일견 단조로워 보이는 흙 속에 그렇게나 치열하게 살아가는 생명들이라니, 마음 가는 대로 쓱쓱 만들어 낸 거짓 없는 장면은 놀랍도록 생생하고 찬란하다.
흙에 발을 디디고 밭일을 하다가 가끔 꿈결인 듯 꿀벌이나 사마귀, 애호박이 되고, 바랭이풀이 되었다가 그 풀을 매는 호미가 되었다가…… 자연과 나와 무수한 생명과의 밀고 당기기는 능청스러우면서도 유쾌하고 진솔하다.
그래서 이 시를 읽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잠자던 흙을 들썩이는 봄의 생명력에, 바람과 햇빛과 빗줄기와 놀며 우쭐우쭐 올라오는 새싹의 힘에, 아침저녁 쑥쑥 달라지는 열매의 우렁우렁 아우성에 덩달아 기운이 난다. 정말 이 소박한 영토에 한번 발을 들이면 헤어 나오기 어려울 수 있다는 말이 맞다.

온 세상과 함께 누렇게 익어 가며 한들한들 바람 그네 타는 시래기. 겉으로는 납작 엎드렸지만 속으론 잔뿌리 한 올 한 올 펄펄 살아 있는 냉이. 눈을 무릎담요처럼 덮은 응달의 겨울 시금치는 맨몸으로 추위와 싸우느라 붉으락푸르락 멍이 들었을까. 분명 뽑아서 뿌리를 하늘 쪽으로 두었는데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다시 뿌리를 내린 쇠비름은 불사조라도 되는 걸까. 따지 말라고 일제히 눈을 치켜뜬 끝물 고추들은 아직 때가 아니라고 항변하는 걸까.
텃밭 모든 것들과 생명 대 생명으로 동등하게 눈 맞추며 대화하는 시선으로 의연하게 겨울을 건너는 노지 시금치의 대단함을, 봄의 전령 냉이의 이유 있는 기세등등함을, 김맨 지가 언젠데 안 죽고 살아 있는 쇠비름의 능청스러움을, 더 놔두라고 시위하는 고추들의 단호함을 놓치지 않는다. 그 안에 잎을 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