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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세계 문학 전집을 읽고 있습니다 2
저자 김정선
출판사 포도밭출판사
출판일 2023-02-24
정가 16,000원
ISBN 979118850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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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 책의 주인들에게 전하는 인사

2021, 봄

곤경에 빠진 서술자 : 『이방인』, 알베르 카뮈
흔해빠진 특별함 : 『구토』, 장 폴 사르트르
살인을 생각하고 행하는 것 사이에 놓인, 건널 수 없는 심연 : 『죄와 벌』 상·하,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무지한 독자의 변명 : 『나사의 회전』, 헨리 제임스
모호함을 유지할 것 : 『데이지 밀러』, 헨리 제임스
패배한 삶과 패배하지 않은 이야기 : 『플로스 강의 물방앗간』 1·2, 조지 엘리엇
아버지의 목소리 : 『레 미제라블』 1~5, 빅토르 위고
놀라운 인생, 놀라운 소설 : 『사일러스 마너』, 조지 엘리엇
완고한 지성 : 『반도덕주의자』, 앙드레 지드
문학의 배신 : 『지상의 양식』, 앙드레 지드
괴테가 구원한 괴테 : 『파우스트』, 요한 볼프강 폰 괴테 / 『파우스투스 박사 외』, 크리스토퍼 말로 / 『파우스트 박사』 1·2, 토마스 만
하늘의 정치, 땅의 종교 : 「지옥」, 「연옥」, 「천국」, 『신곡』, 단테 알리기에리
은신처가 된 교양 :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나쓰메 소세키
외톨이 선언 : 『도련님』, 나쓰메 소세키

2021, 여름

대체 소설이야 인생론이야? : 『달과 6펜스』, 서머싯 몸
유럽 백인 남성을 위한 자기계발서 : 『인간의 굴레에서』 1·2, 서머싯 몸
‘인생의 소설’ : 『예브게니 오네긴』, 알렉산드르 푸시킨
긍정의 힘을 키우랬지, 누가 환상을 품으랬어? : 『대위의 딸』, 알렉산드르 푸시킨
거리두기가 답이다! : 『아버지와 아들』, 이반 투르게네프
환상의 집 : 「인형의 집」, 『인형의 집』, 헨리크 입센
유령의 집 : 「유령」, 『인형의 집』, 헨리크 입센
삶의 풍경 : 「갈매기」, 『체호프 희곡선』, 안톤 파블로비치 체호프
다른 것이 없지는 않다 : 「바냐 삼촌」, 『체호프 희곡선』, 안톤 파블로비치 체호프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가야 한다 : 「세 자매」, 『체호프 희곡선』, 안톤 파블로비치 체호프
노을 지다 :
책 속에서

경남 창원시엔 ‘화이트래빗’이라는 북바(Bookbar가 있다. 말 그대로 술과 책을 함께 파는 곳이다. 『세계 문학 전집을 읽고 있습니다』 1권 북토크 때문에 갔었다. 기차를 타고 마산역에 내려 버스로 이동한 뒤에도 골목을 한참 걸어 들어가서야 겨우 찾을 수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북바’가 있을 만한 골목이 아니었다. 이런 곳에? 하며 고개를 여러 번 갸우뚱거렸더랬다. 어디선가 “계란이오, 계란!” 하고 쥐어짜는 목소리를 앞세우고 계란을 잔뜩 실은 트럭이 나타날 것만 같은 그런 골목이었다.

미닫이 철문을 열고 들어서니, 술병보다도 더 많은 책들이 진열되어 있는 게 특이하달뿐 그냥 좁고 어둑신한 바였다. 내가 술을 좋아하는 주당이었다면 ‘천국이 따로 없군!’ 하고 감탄했겠지만, 술을 못 마시니 뭐랄까, 아늑한 아지트 같았달까. 상호 그대로 토끼들이 오종종 모이는 토끼굴 같은 아지트.
주인장이 사회를 보는 가운데 일고여덟 분 정도가 모인 단출한 북토크였기에 특별히 인상 깊을 이유도 없는데, 왜 2권 서문에 이런 글을 끄적이고 있는지 모르겠다. 내가 저자로 참여한 이른바 ‘각 잡힌’ 북토크라기보다 비슷한 독서 취향을 가진 사람들이 바다가 가까운 동네 한 골목에 자리한 아지트에 모여 책 이야기를 자유롭게 나눈 것 같아서였으리라. 정말 오랜만이었다. 아지트에 모여 자유롭게 책 이야기며 사는 이야기를 나눠 본 게. 그런 게 고팠던가 보다.

장소가 남달랐다고 특별한 기분을 느낀 건 아닐 테다. 그런 감각엔 무딘 편이니까. 굳이 꼽자면 바의 주인장께서 미리 메일로 보내 준 질문지에서부터 뭔가 남다른 냄새를 맡았기 때문이라고 해야겠다. 내 책을 애정을 가지고 꼼꼼히 읽지 않고는 물을 수 없는 질문들로 빼곡했으니까. 그뿐인가. 참여한 분들도 하나같이 책을 흥미롭게 읽은 티가 팍팍 났다. 『세계 문학 전집을 읽고 있습니다』는 물론 그전에 낸 『나는 왜 이렇게 우울한 것일까』에다 『오후 네 시의 풍경』 속 한 꼭지인 「오늘은 우는 날」 이야기까지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