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말: 결코 이야기꾼을 믿지 말라 011
1. “이야기꾼이 세상을 다스린다” 033
이야기나라의 삶 036 │ 당신이 그 소녀다 043 │ 이야기꾼 045 │ 미디어 등식 048 │허구의 동성애자, 흑인, 무슬림 친구들 055 │나불나불 수다쟁이 061
2. 스토리텔링의 흑마술 066
“이야기의 잘못이 가장 크다” 070 │ 은밀한 설득 073 │ 함정 081 │ “들려주지 말고 보여주라”의 과학 085 │ “비밀 선전원” 088 │ 스토리텔링의 영원한 숙제 092 │ 스토리넷 098 │새로운 판옵티콘 101 │ 2016년 전격전 104 │ 시적인 철학자 108
3. 이야기나라를 장악하려는 대전쟁 111
예술은 전염이다 116 │ 이야기꾼 왕중왕 121 │ 불구가 된 마음 129 │ 팬케이크 지구설 133 │ 유사 종교의 위력(과 위험 139 │ 승리하지 못하는 이야기 142 │ 쾌활한 선행자의 거대한 음모 146
4. 이야기의 보편문법 148
해피엔드의 고충 153 │ 나쁘지 않다고 해서 좋은 것은 아니다 157 │ 공주와 호랑이의 끝없는 전쟁 163 │ 데우스 엑스 마키나 167 │ 제인 오스틴 도식 172 │ 이야기는 부족을 만든다 176 │도덕적이 아니라 도덕주의적 179
5. 모든 것이 산산조각 나면 184
공감적인 사디즘 188 │ 내집단 호의, 외집단 적의 193 │ “역사의 상처” 195 │ 고매한 거짓말과 비루한 진실 199 │ 책들의 전쟁 205 │ 악당 없는 역사 209 │ 악마에 대한 공감 213
6. 현실의 종말 220
당신은 서사의 주인이 아니다… 서사가 당신의 주인이다 226 │ 자유롭지 않은 의지 23
│ 이야기우주 236 │ 몽매화 241 │ 미국 최초의 픽션적 대통령 243 │ 자연적인 것 247 │ 후기 251 │ 학계의 개혁 254 │ 데모칼립스 262 │ 플라톤의 국가, 중국 269
결론: 모험에의 소명 272
감사의 글 287 │ 참고문헌 288 │ 주 332 │ 찾아
“이야기꾼이 세상을 다스린다.
이야기꾼을 모조리 추방하라! ”
플라톤이 태어난 기원전 5세기경 고대 그리스는 ‘살육의 시대’였다. 당시 아테네는 대역병(Plague of Athens과 잔혹한 전쟁에 시달리고 있었다. 펠로폰네소스전쟁은 아테네인을 극한의 분열로 몰아붙였고, 전쟁이 끝나자 그들은 곧바로 내전에 돌입했다. 찬란했던 민주정이 막을 내리고, 스승 소크라테스를 비롯해 많은 목숨을 앗아간 중우정치가 고개를 들었다. 이로 인해 플라톤은 정치가의 꿈을 접고 철학자가 되어, 2400년 동안 명성을 떨칠 주저 《국가》를 집필한다. 한데 ‘이상국가’ 건설에 대한 플라톤의 정치철학을 조목조목 담은 이 책의 마지막 권에는 뜬금없지만, 의미심장해 보이는 대목이 등장한다. 유토피아에 이르려면, “이야기꾼(시인을 모조리 추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플라톤은 왜 아테네의 멸망을 보며 이야기꾼을 내쫓으라고 갈파했을까? 그때 그는 무엇을 봤던 걸까?(66~70쪽
그로부터 2400년 후 과학과 인문학을 연결해 ‘이야기 과학’을 연구하는 영문학자 조너선 갓셜은 코로나19의 대유행, 계속되는 전쟁, 포퓰리즘 선동가의 부상, 불평등과 양극화로 인한 계급적 긴장, 그리고 각종 궤변 때문에 동일한 현실을 보지 못하는 탈진실 세계의 도래를 보며 의문을 품는다. 인간의 생존과 진화를 보장한 연장인 ‘스토리텔링 본성’이 오늘날 인류를 파멸로 몰아가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왜일까? 실은 ‘이야기’가 세상에 수많은 혼돈, 폭력, 오해를 일으키는 주범인데,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게 아닐까? 이대로 흘러가게 그냥 둔다면, 플라톤이 목도했던 것을 나도 보게 되는 게 아닐까?
그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플라톤의 마지막 메시지처럼 이야기꾼을 모조리 추방할 순 없었다. 스토리텔링은 인간의 본성이므로 그건 또 다른 종말을 의미했다. 갓셜은 ‘이야기 과학’ 연구자답게 문학, 사회학, 철학뿐 아니라 진화심리학과 신경생물학에서 근거를 가져와 인류를 설득할 작품을 쓰기로 마음먹는다. 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