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받지 못한 마음들에 관한 정신 건강 전문의의 진료 기록
『심연 속으로』는 영국 왕립 정신 건강 의학회 회장 사이먼 웨슬리 경으로부터 전성기 시절 올리버 색스(우리나라에서도 오랫동안 베스트셀러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의 저자를 떠올리게 한다는 극찬을 받은 앤서니 데이비드 의학 박사의 진료 연구 노트를 정리한 것이다. 이 책에는 널리 알려져 있는 조현병, 우울증에서부터 진단명조차 생소한 전환 장애, 긴장증 등 다양한 정신 질환이 구체적인 사례 및 전문의인 저자의 임상 기록과 함께 실려 있다. 각 챕터에는 특정 정신 질환의 ‘심연’ 속에 빠져버린 환자들이 등장한다. 도파민 과잉이 원인인 조현병과 도파민 부족이 원인인 파킨슨병 증상이 동시에 나타나는 제니퍼, 교통사고로 뇌손상을 입은 후 자신의 부인이 진짜가 아니라고 믿게 된 패트릭, 모든 건강 징후나 수치가 정상임에도 불구하고 수년째 혼수상태에 빠져 있는 에마,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나서 전신이 마비된 크리스토퍼 등 실화를 바탕으로 한 여러 정신 질환의 생생한 임상 기록을 이 책을 통해 들여다볼 수 있다.
마음도 몸과 같은 의학적 치료를 해야 낫는다
지금까지 정신 건강 의학 연구에 많은 진전이 이루어졌고 과거에 비해 사회의 관심도 높아져서 정신 질환에 대한 대중의 편견이 상당히 개선된 건 사실이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정신병을 개인의 유약한 멘탈 탓으로 돌리고 마음만 제대로 먹으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문제로 판단하거나, 정신의 병을 신체의 병과 의학적으로 동등한 위치에 두고 고려하지 않거나, 정신병을 금기시하며 투병 사실이 외부에 알려질까 봐 조심하거나, 투병 중인 당사자나 주변인에 대해 함부로 낙인찍기를 서슴지 않는다.
『심연 속으로』는 첨단 과학이 발달한 현대 사회에도 여전히 존재하는 정신 건강에 대한 고정 관념을 바로잡고, 정신 질환 및 장애를 진단하고 치료하는 데에는 개인의 심리적 문제뿐만 아니라 신경 과학적 및 사회적 차원의 다각적인 접근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