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나의 이야기를 들려줄 거야
자유로운 세상을 향한 버샤의 발돋움
국제공항 출국장 한구석, 임시로 마련한 작은 거처에 버샤와 다섯 식구가 산다. 그들은 내전 중인 고향을 떠나온 뒤 난민 캠프를 전전하다 새로운 기회를 찾아 한국 땅을 밟았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입국은 쉽지 않고 난민 인정 심사를 위해 대기하는 신세다. 내전 중에 겪은 한 사건 이후 실어증이 생긴 버샤는 말할 수 없는 탓에 종종 가족들로부터 투명인간 취급을 당하기도 하지만, 실은 누구보다 자유로운 삶을 꿈꾸는 독립적인 여성이다. 달과 별이 가득한 밤하늘 같은 아라베스크 문양, 고요하고 아름다운 이슬람 사원을 사랑하지만, 가부장적인 이슬람 문화에는 날 선 비판을 감추지 않는다.
가족들을 대표해 필담으로 통역을 맡고 버샤 가족의 사연을 취재하러 온 여성 기자를 보며 자신도 새로운 세계에서 꿈을 펼치며 살 수 있다는 기대를 품게 되는 버샤. 그런데 언론의 인터뷰는 갈수록 가족이 겪은 수난뿐 아니라 버샤의 비극을 파고든다. 그 사건을 떠올리며 괴로워하는 버샤 대신 부모인 아델과 하만이 인터뷰를 하지만 그들은 모르는 그날의 비밀이 있다. 그리고 버샤는 이제 목소리를 감추는 대신 자신만의 이야기를 하기로 결심하는데…….
국경을 넘어서는 환대의 마음이 만들어 내는 기적
낯설지만 가까운 우리 곁의 목소리
모든 것이 낯선 이국의 땅에서 버샤가 진짜 자신의 모습으로 서기로 결심한 데에는 공항에서 만난 진우의 도움이 있었다. 공항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로 근무하던 진우는 우연히 마주쳤다 홀연히 사라진 버샤를 잊지 못하고 매일 그녀를 생각한다. 그러던 중 버샤 가족의 사연이 담긴 인터뷰 기사를 본 뒤 다시 버샤를 만나 조심스럽게 자신이 키워 온 마음을 전한다. 진우는 버샤를 보며 정규직 공채 시험을 결심하고, 버샤는 진우를 통해 한국이라는 나라를 이해하고 배우며 서로에 대한 마음을 키워 간다. “우리의 마음이 서로에게 가 닿았으니 우린 이미 국경을 넘어선 거예요.”(320면
드디어 난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