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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1미터는 없어 : 제28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저자 양지예
출판사 문학동네
출판일 2023-03-27
정가 14,000원
ISBN 9788954698894
수량
1미터는 없어 009

수상 소감 187
수상작가 인터뷰 | 이희주(소설가 193
심사평 205
작가의 말 217
측량의 천재가 사라진 뒤,
잴 수 없는 ‘유령’만이 남았다

10년 전, ‘그녀’가 미얀마에서 행방불명되는 사건이 일어났다. 양곤국제공항을 출발해 만달레이국제공항에 도착할 예정이었던 비행기가 사소한 사고로 이라와디강 위에 불시착했을 때의 일이다. 그녀는 다른 모든 승객들과 함께 비행기에서 내렸고, 구명조끼를 입었으며, 탈출 슬라이드에 올라 구조용 보트에까지 무사히 탑승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그녀는 사라졌다. 감쪽같이.
그녀는 누구인가? 연구원, 과학자, 발명가이자 백만장자, 그리고 “우주의 춤을 지름 12센티미터에 담아낸 사람”(114쪽이라 불리기도 한 측량의 천재. 그녀의 천재성은 어린 시절 “5센티미터 길이의 선분을 그어보세요”(16쪽라는 산수 문제를 마주하고 처음으로 발현되었다. 범재라면 무심코 지나쳤을 법한 그 문제에서 치명적인 오류를 발견한 것이다.

우리는 상상력을 발휘해야 한다. 자의 눈금을 떠올려보자. 매우 가느다랗지만, 분명한 두께를 가지고 있다. 두께가 없다면 어떻게 우리 눈에 보이겠는가. 그럼 선분은 어디에서 긋기 시작해야 할까. 눈금 왼쪽에 바싹 붙어 시작해야 할까, 오른쪽에 바싹 붙어 시작해야 할까. (… 눈금의 두께 따위 무시한다면 간단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그러나 그녀에게는 그렇지 않았다. 한번 인식하자 도무지 그냥 지나칠 수 없게 되었다. 그녀는 손톱을 물어뜯으며 들여다보고 또 들여다보았다. 그럴수록 눈금은 점점 두꺼워지는 것 같더니 자의 너비를 넘어 책상보다 두꺼워졌고 마침내 운동장까지 펼쳐졌다. (17~18쪽

눈금에는 아주 가느다랗더라도 분명한 두께가 있다. 그렇다면 길이를 측정하기 위해 선분을 그을 때 시작점을 어떻게 삼아야 할까? 그녀를 난처하게 한 건 그뿐만이 아니다. 어떻게든 선분을 제대로 긋기 위해 눈금을 계속 들여다보자 눈금이 점점 두꺼워지는 듯 보인 것이다. 그녀는 “눈금이 점점 두꺼워지는 상황이 환상인지 실제인지 구분”(18쪽하지 못한 채 커다란 공포를 느낀다.

이와 같이 측정의 부정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