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한번쯤은 지독할 수밖에 없었던,
그 시절의 우리에게 바치는 편지
오늘도 옥탑방 곳곳에 그림자처럼 떠도는 귀신들이 보인다. 한여름임에도 살갗을 에는 듯한 추위가 엄습한다. 인수는 12년 전 감행한 가출과 그때 만난 가출팸, 그리고 그들과 함께하다 벌어진 사건 때문에 지금도 환각과 환촉으로 고통받고 있다. 어느 날 인수는 지나가는 차에 몸을 던지고 사고를 가장해 운전자에게 돈을 요구하는 소년 이호를 만난다. 제대로 먹지도, 씻지도, 자지도 못한 채 위험천만한 자해공갈을 반복하는 이호를 보며 인수는 자신의 어두운 과거를 떠올리게 된다.
자수성가했지만 툭하면 폭력을 휘두르는 아버지와 다정한 듯 보이면서도 결국 늘 자식의 마음을 헤아려주지 못하는 어머니 밑에서 자란 인수는 존재감 없고 특출난 것도 없고 언제나 주눅 들어 있는 소년이다. 부모의 무관심과 학대에 지쳐 충동적으로 집을 뛰쳐나온 인수는 PC방에서 동갑내기 가출청소년 ‘성연’과 얽힌다. 첫 만남 때부터 남의 지갑을 훔치던 성연은 특유의 카리스마와 행동력으로 인수를 챙겨주며 둘은 함께 가출생활을 이어간다. 생필품을 훔치고 화장실에서 자다가 쫓겨나는 고달픈 나날을 보내는 이들에게 보육원에서 도망쳐 나온 ‘경우’가 합류하고, 인수와 성연, 경우는 집 나온 아이들이 드나드는 반지하방 ‘우리집’에 정착한다. 이들이 마주하는 현실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일자리를 구하는 것부터가 시련이고, 달콤한 호의에 속아 뼈 빠지게 일해도 돌아오는 것은 교묘한 노동착취와 물건을 훔친다는 의심, “너희 같은 새끼들”(130면이라는 멸시와 손가락질이다.
소설은 이른바 가출청소년, 비행청소년으로 불리는 아이들이 미성년자라는 신분으로 겪는 처절한 현실을 날것 그대로 보여준다. 여기저기 이용당하며 위험한 일에 거리낌 없이 가담하는 노동현실부터 화장실과 폐건물을 전전하던 아이들이 모여드는 반지하방의 열악한 주거현실까지,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의 처절한 생존현실의 문제를 끊임없이 환기한다. 세계의 폭력에 무방비하게 노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