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펴내며 4
당당한 초가집, 필경사 15
제1장 모더니스트 예술가, 심훈
심훈의 삶을 찾아서 27
꿈 많던 조선 소년 28
예술인 기자 청년 35
당진으로의 귀촌 40
수영과 계숙의 「영원의 미소」 41
여성의 삶을 그린 「직녀성」 46
복합적인 양면성을 지닌 심훈 49
제2장 「상록수」는 집 짓는 이야기였다
동혁과 영신의 꿈 「상록수」 55
「필경사 잡기」로 보는 주변 환경 61
물부리가 잡아 준 집터 67
필경사를 지은 목수는 누구였을까 70
설계도 볼 줄 아는 젊은 목수 82
필경사 짓는 비용은 얼마나 들었을까 84
「직녀성」을 통해 본 필경사 건축비 86
「상록수」 속 백 선생의 집을 찾아서 90
심훈과 가회동 한씨 가옥 98
필경사 완공 1년 후, 「7월의 바다」 102
제3장 어떤 집에서 살 것인가
변화의 시대 속에서 113
더 나은 삶을 향해, 생활개선 운동 114
생활의 과학화 115
남성 중심에서 가족 중심으로 117
근대적 삶을 담고자 했던 주택개량 운동 120
재래주택의 문제점은? 121
문화주택의 등장 126
심훈은 문화주택을 어떻게 생각했을까 133
제4장 건축가의 눈으로 필경사를 다시 해석하다
20평 초가집, 필경사 145
필경사 내부 자세히 들여다보기 148
담과 대문이 없는 집 148
현관을 도입하다 152
수평창을 낸 서재 159
가족들이 모여 앉는 생활실 162
한 방에 한 기능만, 침실이 된 안방 166
부엌은 뒤로, 천장은 높게 169
통로인가 수납고인가, 골방 174
부엌 위, 다락 180
집 안으로 들어온 화장실 183
초가집에 욕실이라니 185
필경사는 농가였다, 창고가 있기에 187
집 정면에 꽃을 두다, 화대 190
휴식과 여유의 툇마루 193
필경사 밖에서 바라보기 196
그래서 필경사는 어떤 집인가 20
하나의 매스, 사방이 벽으로 막힌 방갈로식 주택
중정식 홑집에서 가족 중심의 집중식 겹집으로
‘초가집’은 전근대적이고 낡은, 낙후된 환경의 대명사로 여겨져 왔다. 새마을운동이 한창이던 시절, ‘초가집도 없애고 마을 길도 넓히고’라는 노랫말이 있었을 정도. 그러나 충남 당진 심훈기념관 옆에 자리한 초가집 ‘필경사’는 가난하고 낙후된 주거 환경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강렬하고 당당한 인상을 준다.
『필경사』는 작가 심훈의 집 ‘필경사’를 건축적으로 분석한 책이다. ‘필경사’와 연관지어 심훈의 정신, 당대 건축 사조까지 찬찬히 살펴본다. 저자는 심훈을 ‘모더니스트 예술가’라 칭하는 논문들을 인용하며, 한 걸음 더 나아가 그에게는 건축가적 면모도 분명히 있었다고 본다.
정면 5칸, 측면 2칸. 총 10칸 규모로 지어진 필경사는 한 칸당 가로세로 2.5미터의 모듈로 이루어진 총 62.5제곱미터, 약 20평짜리 집이다. 소박한 규모지만 세부적인 디테일을 살펴보면 과학적이고 모던한 감각으로 지어졌음을 알 수 있다. 지붕은 초가지붕인데 정면에는 격자무늬 유리창이 보이고, 서재와 생활실의 입식·좌식 생활 방식에 따라 창의 높이가 각각 다르다.
브나로드 운동과 주택개량 운동이 한창이던 1930년대, 건축가와 지식인들은 안채와 분리되어 있던 화장실을 집 안으로 들이고 부엌은 집 후면으로 보내는 등 편리한 생활 공간을 구상했다. 그 흐름을 인지하고 있었던 듯, 심훈은 필경사 화장실을 실내로 편입시키고 부엌은 집 뒤쪽에 계획했다. 그러면서도 경성의 문화주택과 달리 창고까지 둬 ‘농가’로서의 성격을 확고히 했다.
밖으로 나와 필경사를 사방에서 둘러보면 그 디자인에 두 번 놀란다. 정면에는 현관과 화대가 있고, 양 측면으로는 당시 한반도에서 보기 힘들었던 ‘수평창’과 ‘벽체 중앙에 몰린 창’이 있다. 창 내기 수법만으로도 당대 어디에서도 찾기 힘든 획기적인 집이었음을 한눈에 알게 된다.
필경사는 심훈의 꿈을 담은 ‘이상적이고 새로운 신주택’이자 ‘농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