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내며 | 이주활동가들이 들려주는 ‘진짜’ 이야기 5
언어와 언어를 연결하는 힘_김나현 13
카메라의 빨간 빛이 켜질 때_섹 알 마문 57
추방된 곳에서 세계를 연결하다_샤말 타파 111
경계 없는 정의를 꿈꾸다_또뚜야 153
노조 조끼를 입으면_차민다 211
투쟁이 연 삶, 삶을 잇는 공동체_놀리(가명 251
해제 | 이주노동자운동, 과제를 풀어갈 활동가들을 남기다 281
이한숙(이주와인권연구소 소장
이주노동자운동 관련 단체 294
‘노동력’이 아닌 ‘사람’:
저당 잡힌 몸에 맞서는 언어의 힘
한국에 도착한 이주노동자들이 가장 먼저 부딪히는 장벽은 대개 소통이 어렵다는 데서 비롯된다. 본국에서 건너올 때부터 송출업체나 브로커를 통하는 데다, 일터도 한국에 들어온 후에야 알음알음 결정되는 경우가 대다수다. 친구나 사촌 등 먼저 도착한 이들이 전해주는 정보에 의존한 채 벼락치기로 일을 익히고 일상생활은 반쯤 눈 감은 채 적응해나가야 한다. 무엇보다 현장에서 부당한 일을 보거나 당해도 그것을 이해하고 설명할 만한 언어가 없다는 점이 가장 심각하다. 출근하자마자 퇴근시켜놓고 “너는 무단결근을 했다”(98쪽라고 회사에서 보낸 문자를 정작 당사자는 무슨 의미인지 모른다거나, “맹장염 진단을 받았는데 의사소통이 안 되니까 당장 수술을”(36쪽 하지 못했던 일 등 그 사례는 무궁무진하다.
이주 여성 한글교실 1기생이자 이주민과함께의 부설기관인 ‘이주민통번역센터 링크’ 센터장으로 활동하는 김나현은 이주노동자가 ‘언어’를 갖는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 자신이 한국에서 28년간 머물며 이주노동자로 일하다 결혼해 두 아이를 낳고 키우는 동안, 그리고 이주 여성을 대상으로 상담하는 동안 한국말로 직접 소통하기만 해도 현실이 달리 보일 수 있음을 깨달았던 것이다. 이주 여성 여섯 명이 찾아가 “우리 한글을 좀 배우자”(31쪽고 의기투합한 것을 시작으로 국가별 한글교실을 추가 개설하는 것을 넘어 이제는 후배들에게 직접 한국어를 가르치고 노동 상담까지 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미얀마에서 온 또뚜야의 행보도 주목할 만하다. 그는 한국에 들어온 지 8년이 다 되어서야 한글교실에 찾아갔는데, 그 자리에서 처음으로 ‘또뚜야 씨’라고 불렸고, 존중받는 그 느낌이 좋아 계속 찾다가, 회사의 여러 문제로 고통받는 이들을 도와주는 쪽으로 흘러갔다고 한다. 무엇보다 한국어 다리를 놓아주며 상담, 통역하는 일은 상대뿐 아니라 자신에게도 의미가 컸다. “문제를 같이 해결하고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