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결 진중하고 깊은 감성으로 찾아온 앤서니 브라운의 신간
국내에서도 큰 사랑을 받는 세계적인 그림책 작가 앤서니 브라운이 오랜만에 서사가 돋보이는 작품으로 우리를 찾아왔습니다. 제목에서부터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나와 스크러피, 그리고 바다』입니다.
그동안 앤서니 브라운은 짧은 내용 속에 특유의 위트와 풍자가 녹아있는 작품들을 많이 선보여 왔습니다. 이번 책은 작가 특유의 풍자적인 요소와 위트를 살리면서도, 한결 진중하며 깊은 감성이 가득 묻어나는 작품입니다. 서정적이고 감동적인 서사 중심이라, 오랜만에 ‘이야기의 마술사’로서의 앤서니 브라운을 만날 수 있는 반갑고 매력적인 작품이기도 합니다.
넘실거리는 바다, 저 멀리 펼쳐진 수평선, 바다를 향하고 있는 소년과 강아지의 뒷모습. 표지에서부터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궁금증을 불러일으킵니다. 그런가 하면 강아지 스크러피와 함께 바닷가 산책을 나선 대니가 뜻밖의 사건을 겪게 되는 스토리도 마치 짧은 영화를 보는 듯 흥미진진해 독자들을 이야기 속으로 끌어당깁니다.
마치 미술관에 전시된 미술 작품을 보는 듯, 한 점 한 점 섬세하게 공들여 그린 그림 역시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특히 이번 작품에서는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바다가 반복해서 등장하는데, 주인공 대니의 심리 상태에 따라 조금씩 변하는 바다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대니가 울적해하는 이야기 초반부에서는 대니의 심리를 반영하듯 하늘도 바다도 온통 어둡기만 합니다. 거리의 집들까지도 울상인 얼굴처럼 보이지요. 그런데 스크러피와 함께 기적 같은 일을 경험한 뒤에는 대니의 기쁜 마음을 대변하기라도 하듯, 하늘도 바다도 더없이 맑고 쾌청한 모습입니다. 또한 울적한 대니의 얼굴을 직접 보여주는 대신, 대니가 들고 있는 돌멩이에 우울한 얼굴이 그려져 있는 등 앤서니 브라운 특유의 숨은그림찾기 같은 그림을 감상하는 재미도 여전합니다.
깊은 감성이 느껴지는 아름다운 그림과 다정하면서도 반전이 있는 스토리까지. 『나와 스크러피, 그리고 바다』는 앤서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