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판 서문
서장 죄의식을 억압해온 문화
제1장 의사와 전쟁
제2장 길 아닌 길
제3장 마음이 병드는 장병들
제4장 전범 처리
제5장 탄바이, 죄를 인정하다
제6장 슬퍼하는 마음
제7장 과잉 적응
제8장 복종으로의 도피
제9장 죄의식 없는 악인
제10장 세뇌
제11장 ‘시켜서 한 전쟁’에서 ‘스스로 한 전쟁’으로
제12장 공명심
제13장 탈 세뇌
제14장 양식(良識
제15장 아버지의 전쟁
제16장 계승되는 감정의 왜곡
제17장 감정을 되찾기 위해
초판 후기
문고판 후기
옮긴이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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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기 전에 ‘악의 평범성’을 말하지 말라!
집단범죄 가해자 심리분석의 결정판. 김동춘, 우석균, 정희진 강력 추천!
나치 전범들은 뉘른베르크 재판에서 단죄되고, 오랜 추적 끝에 검거되어 처벌받기도 했다. 서독은 처음에는 자신의 죄를 외면했지만, 빌리 브란트 총리가 폴란드에 사죄한 이후 1980년대부터는 적극적으로 나치의 역사를 가르쳤다. 정신과 의사인 저자 노다 마사아키는 독일 사회가 과거를 뉘우치지 않았다면 유럽 각국이 독일의 통일을 허용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하며, 이와는 달리 일본에서는 전쟁터에 남겨졌던 군인들만 처형당하고 수용소 생활을 했을 뿐, 주요 전범들은 제대로 처벌받지 않고 사회 전체가 과거를 외면한 채, 군국주의를 추구하던 군인들이 물질주의를 추구하는 ‘회사인간’으로 변모했을 뿐이라고 분석한다. ‘권위적인 남성으로서 자만에 찬 일생을 산’ 아버지는 군의관으로 참전했지만, 전쟁에 관해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았다. 저자는 아버지의 전쟁을 조사하고 아버지뻘의 노병들을 인터뷰하며 인간성 회복의 길을 찾아 나섰다.
유대인을 학살한 아이히만의 재판을 지켜보며 한나 아렌트는 성실하고 평범해 보이는 그의 잔학행위를 ‘악의 평범성’이란 개념으로 설명했다. 심리학자 밀그램은 평범한 사람들이 권위에 복종해서 타인에게 아무렇지도 않게 강한 전기충격을 가하는 실험을 통해 악의 평범성을 입증했다고 알려져 있다. 이 책에서도 8장에서 밀그램 실험의 의의를 분석하고 일본군에게 적용한다. 그러나 이 책 전반에서 저자의 분석은 권위에 복종하는 개개인의 심리가 아니라, 수직적인 위계질서 속에서 인간을 도구화하며 감정을 마비시키는 일본 사회와 문화를 향한다. ‘어릴 때부터 경쟁에 몰아넣고, 선망과 굴욕의 경계에서 공격성을 고조시켜 그것을 조직의 힘으로 바꾸는 메커니즘’은 현대 한국과 같다.
식량과 물자 보급 없이 약탈을 전제로, 자국보다 훨씬 더 거대한 영토와 인구를 지닌 중국을 상대로 한 ‘15년 전쟁’에서, 동남아시아 각국과 태평양의 섬들에서 벌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