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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규방의 미친 여자들 : 여성 잔혹사에 맞선 우리 고전 속 여성 영웅 열전
저자 전혜진
출판사 한겨레출판사
출판일 2023-07-28
정가 18,000원
ISBN 97911604054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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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진짜 ‘나’를 찾아 나선 또 다른 영웅들의 계보

1. 바리, ‘여성 잔혹사’를 전복하다: 바리데기
‘타자화된 별종’을 넘어 운명의 주체로
지배자들도 숨기지 못한 여성 영웅의 원형
바리의 모험과 영웅의 여정

2. ‘버림받은 딸’을 영웅으로 만드는 세 어머니: 《숙향전》
가부장제에 굴복한 친어머니
보호하고 기르는 수양어머니
이끌어주는 여신 어머니

3. 아버지라는 숙명적 비극
‘자식 사랑’으로 포장된 무능: 《심청전》
사악한 계모보다 무서운 무관심한 아버지: 《장화홍련전》 《콩쥐팥쥐전》
아버지에겐 자식보다 가문이 더 중요했다

4. 결혼, 여성을 구속하는 족쇄가 되다
가부장제가 말살한 여성의 인격: 《사씨남정기》
하늘의 선녀라도 시부모의 인정 없이는: 《숙영낭자전》
며느리 되기를 강요당한 여성들의 조선판 SNS: 부요
틀을 깬 미혼모, 여신이 되다: 〈당금애기〉

5. 사랑으로 낡은 세계에 균열을 내다
운명에 도전한 궁녀의 사랑: 《운영전》
계급을 뛰어넘은 사랑의 혁명: 《춘향전》

6. 당나귀 가죽을 벗는 여성들
다시 태어난 소녀의 인생 2회차 모험: 《금방울전》
명예남성이길 거부한 여성 영웅: 《박씨전》

7. ‘유리 천장’을 뚫기 위해 남자가 된 여성들
가부장제의 혼란이 낳은 여성 영웅: 《홍계월전》
나라를 구했지만 가정은 벗어나지 못한 불완전한 혁명: 《이학사전》
혈연을 뛰어넘은 대안가족을 상상하다: 《방한림전》

참고문헌
여성으로 태어나는 순간 시작되는 ‘여성 잔혹사’

영웅의 ‘웅’이 수컷을 뜻하는 말이란 사실에서 알 수 있듯, 기존의 영웅 이야기는 “강철 같은 근육으로 뒤덮인 이상화된 남성”(20쪽들의 활약으로 가득한 남성 중심의 서사다. 따라서 전형적인 영웅상에서 탈피한 ‘여성 영웅’의 이야기는 남성 영웅의 이야기와는 시작부터 다르다. “가족과 나라를 위해 외부의 적에 맞서 용감하게 나서는 것이 남성 영웅의 서사였다면 여성의 곤경은 여자로 태어나는 순간 가족 안에서 시작된다.”(여성학자 권김현영
우리의 여성 주인공들은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겪게 되는 ‘여성 잔혹사’에 맞서 생존을 위한 분투를 벌이면서 영웅으로 거듭난다. 따라서 우리 고전 속 여성 영웅의 이야기는 단지 재미있는 옛날이야기, 특별한 능력을 갖춘 한 여성의 성공담이 아니라 지금도 여전히 존재하는 차별과 제약에 맞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평범한 여성들, 곧 우리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여성 영웅들이 가장 먼저 맞닥뜨리는 걸림돌은 아버지라는 ‘숙명적 비극’이다. 여성 영웅의 아버지들은 대개 가문의 ‘대를 잇지 못하는’ 딸에게 큰 관심이 없기에 딸의 시련을 방관하고, 아들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딸을 버리는 〈바리데기〉처럼 비극의 원인 제공자가 되기도 한다.
《장화홍련전》과 《콩쥐팥쥐전》은 사악한 계모가 전처소생의 딸을 구박하는 이야기로 우리에게 기억되지만, 사실 두 소설에서 딸에게 정말 위협적인 존재는 ‘사악한 계모’가 아니라 ‘무관심한 아버지’다. 소설 속 가부장들은 한정된 재산이나 집안의 기득권을 두고 계모와 전처소생의 딸 사이에 생긴 갈등을, 자신이 신경 쓸 필요 없는 ‘집안일’로만 여겨 방관했다. 두 아버지는 장화가 처녀의 몸으로 임신해 가문의 명예를 더럽혔다는 누명을 쓰자 딸을 살해하는 것을 묵인하고, 팥쥐가 콩쥐를 살해하고 감사 부인 행세를 하느라 집에 없는데도 딸을 찾지 않는다. 이렇듯 딸의 고난에 무관심했던 아버지들, 그리고 아버지들의 무관심을 용인한 당대 사회가 딸들의 비극을 낳았다.
성장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