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한 여름 계곡에서 날아온 몽글몽글 동화 같은 이야기
맑고 무더운 어느 여름날, 가족들과 함께 놀러 간 계곡에서 아이는 아끼는 노란 신발 한 짝을 잃어버리고 맙니다. 하지만 아이는 엉엉 우는 대신 물가에 쪼그리고 앉아 노란 신발이 오리 행렬을 만나 따라갔는지, 그래서 미운 오리 새끼를 만났는지, 아니면 자신처럼 길 잃은 신발 친구들을 만나 한바탕 이야기꽃을 피우는지, 우연히 개구리 왕자를 만나 등에 태우고 뱃놀이를 갔는지, 가다가 먼바다에 이르러 그곳에서 만난 인어 공주와 친구가 되었는지 등 귀여운 상상을 하며 속상함을 달랩니다.
물놀이를 하다 발에서 벗겨진 신발 한 짝은 분명 물속 깊이 가라앉아 바위틈에 떨어졌지만, 아이가 들려주는 이야기 속 노란 신발은 행복한 여행자이면서 동화 속 주인공들과 마냥 해맑게 뛰노는 어린이나 다름없습니다. 그것은 바로 신발을 잃어버린 아이의 감정이 노란 신발에 그대로 투영되었기 때문이지요. 아이가 노란 신발이 갔을 곳을 생각하며 상상의 나래를 펴는 장면부터 노란 신발에 눈과 입이 생긴 걸 눈치챈 독자라면 아이는 이미 노란 신발이 되어 신발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펼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노란 신발이 만난 친구들과 공간은 아이가 그림책과 동화책에서 본 것들이지요.
작가는 실제로 가족들과 놀러 간 계곡에서 분홍색 신발을 잃어버린 어떤 아이를 보게 되었고, 그 아이가 슬퍼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 『내 노란 신발』의 이야기를 구상했다고 합니다. 초기의 얼개는 아빠와 함께 아이가 결국 신발을 찾는 내용이었지만, 이후 결말을 다르게 설정하고 아이와 신발의 관계에 초점을 맞춘 내용으로 장면을 재구성했습니다. 아이와 신발의 캐릭터가 명확한 데 반해 그 밖의 인물들의 모습이나 관계 묘사를 최대한 생략한 데에는 작가의 이 같은 의도가 담겨 있는 것이지요. 아이의 귀엽고 사랑스러운 상상력은 애착 물건과 지혜롭게 헤어지기 위한 방법으로도 보입니다. 헤어짐과 상실이라는 경험을 통해 마음이 성장한 아이의 모습은 뭉클하기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