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상세보기

도서명 호 해주세요 (양장
저자 제페토
출판사 다정한마음
출판일 2023-03-15
정가 14,000원
ISBN 9791198066008
수량
마법 같은 이야기 속에 담긴
관계와 위로의 이야기

“서로를 향한 애틋한 마음을 담아
지금, 꼭 안아주며 호 해주세요.”

산동네 꼭대기 작은 집에는 할머니 한 분이 살고 있었습니다. 남편과 자식과 친구도 떠나고, 좁다란 골목 어귀에 분실물처럼 오도카니 앉아 있다가 적적한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 하루 일과였지요. 굽은 등 뒤로 외로움이 오후의 그림자처럼 길어질 때면 그녀는 아마도 함께 늙어가는 거울에게 말을 걸어보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거울 속 친구는 앵무새처럼 따라 할 뿐, 주름은 어제보다 깊고 존재는 유령만큼 희미해졌습니다. 누군가 곁으로 다가와 아무 말이라도 걸어주면 좋으련만 그녀에게 말을 하는 것이라고는 낡은 텔레비전 한 대뿐. 외로움과 불안은 그렇게 쇠약한 노년을 천천히 집어삼키고 있습니다.
소나기가 울컥 쏟아질 듯한 어느 날, 빨래를 걷으러 나간 할머니는 장독 위에 얌전히 앉아 있는 고양이 한 마리를 발견했습니다. 배가 고픈지 야옹거리는 고양이가 안쓰러웠던 할머니는 서둘러 먹을 것을 챙겨주려다 그만 돌멩이에 걸려 넘어졌습니다. “아야야.” 다친 무릎을 살피는 할머니에게 고양이가 살포시 다가갔습니다. 그러고는 할머니의 다친 무릎에 “호-” 하고 따뜻한 입김을 불어넣어 주었습니다. 신기하게도 고양이의 “호-” 하는 입김에 할머니의 아픈 곳이 씻은 듯이 나았습니다. 작은 몸으로 내뱉은 따뜻한 입김은 마법처럼 할머니를 위로하고 치유해준 것입니다.
인구소멸을 우려하는 시대에, 친구가 줄어드는 시대에, 아이들에게는 서로를 각별히 대하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누구라도 손 뻗으면 닿을 거리에 마음을 둘 수 있어야 하며 타인의 감정을 감지하는 더듬이를 가져야 하고 고양이처럼 다가가 위로할 수 있어야 합니다. 진심 어린 위로는 힘든 삶을 견딜 수 있게 하는 힘이 되어주기 때문입니다. 그림책을 읽은 다음 아이들에게 “호 해주세요” 하고 위로를 청해보세요. 기꺼이 입술을 오므리는 아이의 눈망울이 별처럼 반짝였다면, 그것으로 이 책은 소임을 다한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