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어떤 사랑도 경멸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4
프롤로그 이것은 팬덤에 대한 책이 아니다 15
1부 | 논란의 네트워크
1장 논란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서 31
1. 선택이 아닌 팬심과 덕질 31
2. 논란이라는 모호한 범주 38
3. 팬덤의 경험 41
2장 캔슬의 분해와 배신감이라는 정동 50
1. 캔슬: 회수, 감찰, 퇴출 50
2. 잉여 문화와 배신감 60
3. 감응하는 대중의 공론장 66
4. ‘샤덴프로이데’라는 감응 74
3장 “너 같은 아이들이 사랑받는 직업으로 성공하면 안 되지” 85
1. 아이돌 처형대와 사랑의 자격론 87
2. 논쟁 없는 사회를 만들고 보호하는 수배의 기술 122
3. 논란과 음모론적 구조 132
2부 | 매혹과 윤리
4장 “진짜 피해자면, 아니야, 도로 삼킬게요” 145
1. “그룹 자체에 대한 애정으로”: 팬덤 내부의 캔슬과 추억이라는 동력 146
2. “지들이 뭘 안다고!”: 사랑에 필요한 진실의 근사치 163
3. “○○를 좋아하고 말고는 이제 문제가 아닌 것 같아”: 팬심과 가치관의 충돌 202
5장 “내 인생론이 결국 ○○○이 형성한 거라는 거지” 216
1. “좋아하기 위해서 되게 치열해진다”: 사회적 윤리로 확장되는 팬심 216
2. “이게 진짜 쉽지 않다”: 길티 플레저라는 윤리적 태도 227
6장 “자꾸 판단을 보류하고 싶어져요” 250
1. “뭐? 이렇게 예쁘다고?”: 허구도 낭만도 아닌 매혹과 사랑 250
2. “제가 좋아하니까 그런 것 같아요”: 매혹과 논란이 촉발하는 감응 267
3. “결론을 정해놓지 않고 계속 돌려보냈으니까”: 망설임이라는 정지비행 280
나가며 논란 안에서 재구성되는 것 305
감사의 말 313
미주 318
참고문헌 331
논란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 남은 이들: 팬 그리고 팬심에 대하여
흔히 팬심과 덕질은 어떤 개인의 자율적 선택에 따른 행위로 이해된다. 그러나 이 책은 팬심이라는 마음을 바라거나 선택하지 않아도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는 사건 혹은 상황으로 이해한다. 이러한 해석은 팬이라는 정체성을 소비 행위나 팬덤이라는 집단에 대한 강한 소속감에 근거해 규정짓지 않으려는 시도이기도 하다. 같은 맥락에서 덕질이란 팬심이라는 상황에 내던져진 이들이 자신에게 찾아온 당혹스러운 행복을 다루기 위해 필연적으로 선택할 수밖에 없는 실천에 가까우며, 궁극적으로 자신의 삶 자체를 새롭게 조율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이처럼 저자는 팬에 대한 여느 혐오 어린 시선을 답습하며 팬을 비합리적이고 비이성적인 (소비 행위자로 낙인찍지 않고자 하며, 따라서 이들을 둘러싼 여러 사회적 영향들에도 주의를 기울인다.
그런 점에서 논란은 팬심과 덕질의 사회적이고도 윤리적인 측면이 단적으로 드러나는 계기가 된다. ‘최애 멤버’의 논란은 팬들에게 죄책감을 안김으로써 덕질을 윤리적인 고민을 수반하는 행위로 변모시킨다. “자신이 사랑하는 아티스트가 자신이 알던 것과 전혀 다른 모습을 드러낼 때”, “특히 폭력적인 언행에 대한 의혹이 제기될 때”, 논란은 거대한 사건이 되며 덕질의 근간이 되는 팬심 자체를 뒤흔들게 된다.
그렇다면 팬들은 논란에 어떻게 대응할까? 다양한 대응 방식이 있을 수 있겠지만, 이 책이 관심을 두는 이들은 판단을 보류하거나 계속해서 수정하고 갱신함으로써 쉬이 떠나지 않고 그 자리에 머무르는 팬이다. 신속한 판단을 거쳐 아티스트의 곁을 떠나는 이들과 다르게 그 자리에 남아 헤매고 망설이는 팬들. 논란에 휩싸인 ‘클린’하지 못한 아티스트의 팬을 자임한다는 건 곧 도덕적·윤리적 오염 공유하는 일이다. 논란은 아티스트, 특히 여성 아티스트를 (유죄·무죄 여부를 가리지 않고 빠르게 매장시킨다. “이때 관심경제 바깥으로 밀려난 ‘철 지난’ 이들을 계속 좋아하는 일은 유행에 뒤처지는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