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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코코코 나라 - 고래뱃속 창작동화 10
저자 김율희
출판사 고래뱃속(아지북스
출판일 2023-07-31
정가 12,000원
ISBN 9791193138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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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고 싶으면 참말을 해야 한다

속수무책으로 죽어가는 사람들 틈에서, 이 병에 대한 충격적인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Z-바이러스의 원인은 바로 긴 코에서 비롯된 심각한 위생 문제였으며, 예방법은 오직 마스크를 쓰는 것뿐이랍니다. 그런데 이 마스크를 쓰기 위해선, 코코코 나라 사람들의 코는 다시 짧아져야만 했습니다. 코가 짧아지는 방법은? 바로 참말을 하는 겁니다. 아니, 거짓말을 밥 먹듯 해왔는데 이제는 손바닥 뒤집듯 참말만 해야 한다고? 코코코 나라 사람들에겐 지상 최대의 위기가 닥쳤습니다. 모두가 지고의 가치로 알았던 그 무언가가 도리어 생명을 위협하는 원인이 되었고 그로 인해 모두의 생활양식과 가치 체계가 기반을 두고 있던 관념을 통째로 뒤바꾸어야만 하게 된 겁니다. 사실 어찌 보면 이 문제는 너무도 단순한 문제입니다. 어찌 됐든 이제는 살기 위해서 참말을 해야 한다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참말을 해야 하지 않겠어요? 그런데 안타깝게도, 코코코 나라 사람들에겐 이 문제가 결코 쉬운 문제가 아닌 것 같습니다.

‘코코코 나라 사람들은 혼란스러웠습니다. 마스크를 쓰려니 거짓말을 하면 안 됐고 마스크를 거부하려니 목숨이 위태로운 지경이었습니다.’_본문 31쪽

생명보다 명예를!

무엇보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인 ‘코나네 가족’의 수장 ‘코장 할아버지’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평생 동안 거짓말을 잘하는 것을 최고의 자랑거리로 알아 온 코장 할아버지는, ‘바른말을 해야만 살 수 있는’ 이 병에 걸리고도 거짓말을 멈추지 못합니다. 왜일까요? 할아버지에게는 ‘명예’가 생명보다 중요했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삶과 죽음이 걸려 있을 때조차도 인간은 평생의 습관을, 몸과 마음에 자기 피보다 더 짙게 배인 어떤 관념을 떨쳐내기 어렵다는 것이죠. 우리는 이 이야기에서, 저버리기보다 차라리 죽음을 선택해 버리게 만드는 맹목적인 믿음이라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또 그 믿음을 붙잡고 있는 인간의 관성이란 얼마나 끊기 어려운 것인지를 엿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