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창작 이야기
‘기억’을 기억하다
지금은 ‘인권문화원’이 된 과거의 한 정치범 수용소를 보며 ‘기차’라는 소재로 그 공간이 담고 있는 의미를 표현해 보고 싶었어요. 겹겹이 쳐진 철문 뒤로 늘어선 좁고 텅 빈 감방들은 오래전 그 속에 갇혀 있던 많은 사람들이 마치 길게 이어진 기차 안에 실려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게 했지요.
이 기차는 분명 움직이지 못하는데, 그 옛날 수많은 청춘을 실어 간 것입니다. 움직이지 못하는 이 기차 안의 사람들은 오직 ‘이곳’에 있을 뿐입니다. 목적도 의미도 없는 시간은 하염없이 흘러 사라졌지요. 그들의 인생, 그들의 이상은 모두 보이지 않는 창밖 풍경처럼 순식간에 스치듯 가버렸습니다.
그림책을 만드는 과정에서 저도 모르게 이 기차의 엔진에 시동을 걸었습니다. 기차는 모든 화면과 공간, 전체 이야기를 관통합니다. 갑자기 나타난 기차는 모든 상황을 통제하고 사람들과 사물을 제 맘대로 실어갑니다. 거대한 기차는 제멋대로 규칙을 정하고, 사람들의 행동과 생각을 제한했습니다. 기차가 정한 규칙을 따른다는 명목으로, 그들 좋을 대로 사람들의 생사를 결정해 버렸지요.
정말 황당한 이야기지만 타이완의 지난 역사이고, 권력의 민낯입니다.
1949년 선포된 계엄령으로 타이완 국민은 집회, 결사, 언론, 출판의 자유를 잃었습니다. 그 시간 동안 많은 사람이 감옥에 갇혔습니다. 올바르지 않은 일을 바로잡기 위해 자신의 삶과 목숨까지 희생한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아무리 오랜 시간이 흘러도 그들이 절대 잊혀서는 안 된다는 사명감으로 이 그림책을 창작하게 되었습니다. 또 역사를 바로 보고, 지금 누리고 있는 자유를 소중히 여기고 지키자는 바람도 이야기 속에 담았습니다.
옮긴이가 들려주는 배경 이야기
아름다운 자연과 맛있는 음식, 친절한 사람들이 인상적인 타이완은 우리에게 친숙한 여행지입니다. 그런데 타이완의 현대사 속으로 조금만 들어가 보면 우리 정치사와 많이 닮아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일제강점기, 계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