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인간과 동물의 처지가 바뀐다면?
동물의 시선으로 바라본 인간 존재에 대한 성찰
지속가능한 개발과 주거 문제를 감각적으로 다룬 환경 그림책 『우리의 둥지』를 펴내 호평을 받았던 서유진 작가가 두 번째 그림책 『네가 되는 꿈』으로 돌아왔습니다. 이번에는 동물원에 대한 깊이 있는 사유를 인간과 동물의 관계를 역전시키는 방식으로 담아냈습니다. 작가는 2018년, 대전의 한 사육장에서 탈출한 퓨마 ‘뽀롱이’가 사살된 사건이 오랫동안 가슴에 남았다고 합니다. 당시 뽀롱이는 사육장 청소를 마친 직원이 실수로 문을 잠그지 않아 우리를 탈출했다가 포획에 실패하면서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작가는 작품 속에서 뽀롱이를 ‘포롱이’라는 이름으로 되살려내 주인공의 친구로 등장시켰지요. 그러나 대반전이 있습니다. 인간과 동물의 관계가 뒤바뀐 것입니다. 현실 속에서는 인간에게 쫓기던 포롱이가 동물원에선 인간들을 돌보는 사육사 역할을 맡았고, 인간들은 우리에 갇힌 채 동물들 앞에 전시됩니다. 정말 놀라운 역발상이 아닐 수 없습니다.
서유진 작가 특유의 그림체도 인상 깊습니다. 파스텔 톤으로 그려진 다양한 색채의 동물들과 달리 우리 속 인간은 스케치 상태인 흰색으로 남았습니다. 동물들 앞에서 벌거벗은 존재가 된 것입니다. 동물들은 그런 인간들을 호기심 어린 눈으로 들여다보고, 사진을 찍으며 행복한 미소를 짓습니다. 하지만 우리에 갇힌 인간들에겐 표정이 없습니다. 전혀 행복해 보이지 않습니다. 기이하고 섬뜩한 풍경이지만 그 모습이 낯설지 않습니다. 인간과 동물이 서로 입장만 바뀌었을 뿐 관람자와 피관람자라는 관계의 위상이 그대로 적용되기 때문입니다. 이 역전된 관계 속에서 피관람자인 인간은 위태롭게 존재합니다. 동물들의 눈요깃거리이자 유희의 대상으로, 때로는 자신이 철창에 갇혀 있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한 채 그곳이 세상의 전부라고 믿으며 살아갑니다. 이 기이한 장소를 뭐라고 불러야 할까요? 인간이라는 종(種의 생태를 관람할 수 있는 곳이니 ‘인간원(人間園’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