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의 눈으로 포착한 전쟁의 참상과 그곳의 사람들
2차세계대전 최대의 격전지로 끊임없이 회자되는 스탈린그라드 전투가 대표적으로 말해주듯, 러시아는 전쟁이 끊이지 않는 광활한 땅이다. 특히 2000년대에도 가열된 2008년 그루지야(조지아 전쟁, 2022년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은 여전히 진행 중인 러시아 전쟁사를 뼈아프게 보여준다. 이 책 『러시아 저널』은 전쟁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를 비추는,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시선을 맞추는 특별한 기록이다. 따라서 존 스타인벡과 로버트 카파가 생생히 증언하는 전쟁의 폐해는 70여 년이 지났지만, 자연스레 지금 이곳의 시간, 우크라이나 전쟁의 참상을 떠올리게 한다.
“2차세계대전으로 철저히 파괴된 우크라이나 키예프시와 주변 집단농장을 방문한 부분을 읽다 보면 우크라이나 농민들의 전쟁 복구 의지와 강인한 생명력에 감동을 받을 수밖에 없다. 전쟁으로 인해 마을에 청년들 모습이 보이지 않고, 그나마 살아 귀환한 젊은이도 불구자가 된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물질적으로 더 풍요로운 모스크바와 비교해도 낙천적인 분위기와 손님 환대, 절망스러운 상황에서도 미래에 대한 희망을 잃지 않고 다시 일어서는 우크라이나 사람들의 모습이 진지하면서도 탁월한 유머로 잘 묘사되어 있다.”―「옮긴이 서문」
스타인벡과 카파는 여행 취재에 앞서 원칙을 세운다. 그것은 바로 주관적 의견을 제시하지 않고 보고 들은 것을 솔직하게 그대로 적자는 것. 그 결과, 이들의 기록은 당시 미국과 소련 사이 이념적 갈등이 있는 상황에서 러시아에 대한 다른 서구 보도와 달리 이념적 집착이 없는 진실된 저널리즘의 모습을 성취한다. 스타인벡과 카파는 2차세계대전의 폐허에서 나온 공장 노동자, 공무원, 소작농의 암울한 현실을 보도한다. 이 모든 과정을 통해 독자는 인간의 투쟁을 기록해야 하는 세상의 요구에 진지하게 답하면서 동시에 “러시아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이들의 친밀하고 우정 어린 모습을 엿보게 된다.
『러시아 저널』이 지금까지 특별히 기억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