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판단론은 아렌트 사상의 미완의 정점이다 | 김선욱
로널드 베이너의 서문
제1부 아렌트의 텍스트
「사유」의 후기―『정신의 삶』 제1권에서
칸트 정치철학 강의―1970년 가을 뉴스쿨
첫 번째 강의 | 칸트의 정치철학
두 번째 강의 | 『판단력 비판』의 열쇠
세 번째 강의 | 공공성
네 번째 강의 | 인간의 복수성
다섯 번째 강의 | 독립적 사유로서의 판단
여섯 번째 강의 | 일반적 소통 가능성
일곱 번째 강의 | 정신의 확장
여덟 번째 강의 | 관찰자
아홉 번째 강의 | 사심 없는 의견
열 번째 강의 | 취미의 작용
열한 번째 강의 | 사적 감각의 차별성
열두 번째 강의 | 상상력과 반성
열세 번째 강의 | 세계시민적 실존
상상력―1970년 가을 뉴스쿨에서의 『판단력 비판』 세미나
제2부 베이너의 해설 논문
「한나 아렌트의 판단론」
1. 판단, 난점의 해결책
2. 이해와 역사적 판단
3. 아이히만 판단하기
4. 취미와 문화
5. 재현적 사유
6. 사유의 바람, 비상사태에서의 판단
7. 쓰이지 않은 저술
8. 비판적 질문들
9. 계속되는 생각, “이 출입문, 순간”에 관한 아렌트와 니체
옮긴이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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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트는 정치철학을 쓴 적이 없다”
이 책의 한국어판 제목이자 아렌트의 강의 주제이기도 한 ‘칸트의 정치철학’은 사실 엄밀히 따져보았을 때 성립할 수 없는 것처럼 보인다. 칸트는 살아생전 정치철학에 관한 저술을 남긴 적이 없기 때문이다. 아렌트는 이 점을 염두에 두며 강의 내내 신중한 칸트 해석을 이어가면서도 그것이 칸트를 정치철학적으로 해석하지 못할 이유는 되지 않음을 분명히 한다.
분명히 다른 철학자들은 칸트가 하지 않은 일을 했지요. 다시 말해 정치철학에 대해 글을 썼습니다. 그러나 이게 그 철학자들이 정치에 대한 더 높은 식견을 가졌다거나, 정치적 관심이 그들의 철학에서 더욱더 중심적이었음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74쪽
‘칸트의 정치철학’을 말하기 전에 선행되어야 할 과제는 ‘정치’를 규명하는 것이다. 아렌트는 이미 『인간의 조건』에서부터 자신의 정치 개념을 명료히 해왔다. 인간의 복수성(plurality에서 비롯한 각기 다른 인간의 개별성?상대성?현실성이 아렌트가 말한 정치의 본질이다.
형이상학적 질문들에 관심을 가졌던 칸트는 이를 사유하는 정신의 능력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갖게 된다. 여기서부터 칸트의 비판적 작업이 시작된다. 『순수이성비판』에서는 이성의 이론적 능력을 탐구하고 『실천이성비판』에서는 지성적 존재로서의 이성의 쓰임을 탐구한다. 이 두 작업은 모두 철저히 논리적인 관점에서의 보편성을 띠지만 실제 인간 세계와는 당연히 괴리될 수밖에 없다.
칸트의 마지막 비판서 『판단력 비판』은 미적 인간을 탐구한다. 개별자들 속의 아름다움을 판단하고 공유하는 과정에서 인간은 앞선 두 비판서에서 다루었던 지성적?인지적?도덕적 존재가 아니다. 철저히 현실적인 조건 아래 사유하는 인간 존재라는 바로 이 지점에서 아렌트는 칸트의 정치철학을 발견해낸다.
“미에 대한 사랑”이 “정치적 판단” 안에 포섭될 수 있는 이유는 이것들이 공적인 출현이라는 근본적인 요구 조건을 공유하기 때문, 즉 이것들은 공적 세계를 전제하기 때문이다. (208쪽
한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