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 11
제 1장 신들의 세상 ― 37
고대 근동의 신관 ― 39
자연과 신 ― 47
신상과 신 ― 54
성경의 예들 ― 71
정리하기 ― 81
제 2장 이방인들의 세상 ― 85
이방인들의 신관 ― 87
이집트: 파라오의 신관 ― 91
사마리아: 이방인 거주자들의 신관 ― 105
블레셋: 사제들과 점쟁이들의 신관 ― 125
정리하기 ― 140
제3장 언약 백성의 세상 ― 143
이스라엘의 신관 ― 145
첫 번째 조각: 계명과 야훼 ― 150
두 번째 조각: 축복과 저주, 그리고 야훼 ― 165
세 번째 조각: 치료와 야훼 ― 180
네 번째 조각: 생명과 죽음, 그리고 야훼 ― 207
다섯 번째 조각: 다윗과 야훼 ― 219
정리하기 ― 238
제4장 이방신들이 죽은 세상 ― 241
이방신들 죽이기 ― 243
태양신과 달신 죽이기 ― 245
오그도아드 죽이기 ― 253
아세라 죽이기 ― 261
모세가 죽인 신 ― 270
정리하기 ― 282
제5장 환생한 신들의 세상 ― 287
새롭게 환생한 신들 ― 289
신들의 신, 맘몬 ― 298
맘몬 죽이기 ― 302
정리하기 ― 315
나가며 ― 319
책 속에서
유일신 사상에 익숙한 우리는 고대의 다신관(多神觀을 미개하게 생각한다. 한 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쪼개어 여러 신들에게 할당했던 이유를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의 신관이 다신론에서 유일신론으로 변한 것이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 세상은 신들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예컨대, 우리 조상들만 해도 신들의 세계 속에서 살았다. 그들은 하늘의 옥황상제, 바다의 용왕, 저승의 염라대왕을 믿었다. 그리고 마을 입구에 세워져 있던 천하대장군과 지하여장군을 마을의 수호신으로 섬겼다. 아기를 점지해 준다는 삼신 할머니, 천둥을 주관한다는 벼락 장군, 집을 관리한다는 대신 할머니, 문자를 주관한다는 글문신장도 우리 조상들의 삶을 가득 채운 신들이었다. 우리 조상들은 위에 언급한 신들을 허구의 존재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대신 인간의 생사화복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실존자들로 믿었다.
--- p.40, 「제1장 신들의 세상」중에서
아론은 다소 황당한 답변을 제시한다. 황금 송아지가 불에서 저절로 나왔다는 게 아닌가? 현대인의 눈에 비친 아론의 변명은 정말 황당하기 짝이 없다. 마치 신상이 “저절로” 만들어진 것처럼 답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수의 주석가들은 아론의 대답을 “궁색한 변명” 혹은 “어처구니없는 변명” 정도로 이해한다. 그러나 고대 근동 사람들은 우리와 다르게 반응했을 가능성이 높다. 우선 아론의 답변이 신상을 만드는 문맥에 들어있다는 점을 기억하자. 고대 근동 사람들은 입 씻기-입 열기 의식을 통해 신상을 활성화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의식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겨졌던 부분은 신상 만들기 작업에 인간이 개입했다는 부분을 철저히 부인함으로써 신상의 신성을 극대화하는 일이었다. 이와 같은 배경지식은 아론이 출애굽기 본문에서 의례사제의 역할을 담당했다는 독법을 가능하게 한다. 그리고 아론의 답변을 신상 만들기 의식의 한 요소?인위적인 흔적을 지우는 요소?로 볼 수 있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