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훌륭한 것이고, 무엇이 유익한 것인가
로마 공화정이 붕괴하기 일보 직전, 탁월한 웅변가이자 철학자이자 정치인이었던 키케로는 『의무론』에서 ‘의무’라는 주제 아래 ‘훌륭함〔義〕’과 ‘유익〔利〕’의 갈등을 다루었다. 그런데 여기서 말하는 의무란 ‘마땅히 해야 하는 일 또는 행위’라는 일상적 의미이기보다는 ‘자연에 따르는 행위’ 혹은 ‘적합한 행위’를 뜻한다. 따라서 책의 제목도 『의무론』보다는 『적합한 행위에 대하여』로 하는 것이 더 합당하겠지만, 역자는 오랜 세월 관용적으로 써 온 표현을 존중하는 쪽을 택했다.
『의무론』은 적합한 행위를 잘 이행하기 위한 지침들을 제시한다. 키케로는 우리 삶은 의무를 이행하면 훌륭하고 그것을 소홀히 하면 추하기 때문에 훌륭하게 살기 위해서는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많은 이들이 실제로는 의무가 무엇인지 잘 모르기 때문에 어떤 행위를 할 때 그것이 훌륭한지 추한지, 유익한지 무익한지, 훌륭한지 유익한지를 가늠한다. 그러므로 무엇이 훌륭하고 무엇이 유익한지를 알게 되면 의무를 잘 이행할 수 있게 된다. 이에 키케로는 『의무론』의 1권에서 ‘훌륭함’에 대해, 2권에서는 ‘유익’에 대해, 3권에서는 훌륭함과 유익이 충돌하는 문제를 논했다.
『의무론』에서 훌륭함의 모습은 플라톤 윤리학의 핵심을 이루는 네 가지 덕, 즉 지혜, 정의, 용기(= 영혼의 위대함, 절제(= 적합함를 통해 드러난다. 지혜는 진리를 통찰할 때, 정의는 타인에게 해를 끼치지 않고 계약에 대한 신의를 준수할 때, 영혼의 위대함은 고상하고 굽힐 줄 모르는 영혼이 위대하고 유익한 일을 할 때, 적합함은 행위와 말에 질서와 한도가 있을 때 발현된다.
한편 유익이란 인간이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되는 부, 권력, 건강, 영광 등을 가리킨다. 인간은 자신에게 유익한 것을 추구하기 마련이다. 그렇지만 나의 부를 증가시키기 위해 남의 돈을 착복해야 할까? 아니면 남에게 손해를 끼치기 때문에 나의 유익을 포기해야 할까? 훌륭함과 유익이 상충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