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공부 농사 재미있네: 안대순/ 장희남/ 전연자/ 유효숙/ 송선옥/ 김점식/ 최익순/ 전영순/ 우춘월/ 장성상/ 지분화/ 김월순/ 박점순/ 김태선/ 박석순/ 송정자/ 박옥희/ 안임이/ 김명순/ 한복희/ 강옥심/ 정정인/ 김복순
2. 그것도 좋은 추억이었어: 강금자/ 김경환/ 구정희/ 정검례/ 이정희/ 이문성/ 방붕이/ 박옥규/ 김경애/ 조복자/ 허외순/ 한월수/ 이남순/ 김복환/ 김옥자/ 김복임/ 김양자/ 이기수/ 박말순
3. 나도 한때는 날렸었지: 연문자/ 임숙자/ 강분해/ 반화숙/ 김복순/ 박한규/ 이경옥/ 허선순/ 신훈숙/ 박순덕/ 권명주/ 추영자/ 신영순/ 이을순/ 이종순/ 함순교/ 이병임/ 이명화/ 임덕순/ 홍임순/ 최갑예/ 이상분
4. 지금은 만사 오케이!: 전임이/ 김종임/ 김정순/ 변병화/ 최운경/ 최순자/ 우순자/ 임신통/ 이배옥/ 김성자/ 정순/ 주정원/ 유중순/ 김이순/ 나길자/ 윤명희/ 이옥자/ 문옥례/ 정을윤/ 고순자/ 진달래반 단체 그림
추영자 할머니는 괴산에 시집오던 날,“앞에도 산 뒤에도 산/ 산만 보여/ 도망도 못 가네”라고 한숨짓는다. 진달래반 정희 할머니는 “엄마 산소에 있는 열매를 먹으면/ 젖맛이 났다”고 회상한다. 한때 이팔청춘이었던 할머니들은 이제 괴산두레학교에서 벗들과 함께 글을 배우고, 그림을 그리고, 시를 쓰며 “내 인생 내가 산다”(윤명희는 인생의 기쁨을 노래한다. … 나는 이 시화집을 나이 듦의 향기를 뜻하는 ‘향노香老의 자화상’이라고 부르고 싶다. - 고영직 | 문학평론가
괴산 할머니들, 글로 배운 적 없는 삶을 처음 쓰고 그리다
『얘들아 걱정 마라, 내 인생 내가 산다』는 괴산두레학교에서 뒤늦게 글을 배운 어르신들이 2014년부터 10년 동안 쓰고 그린 시화를 골라 엮은 책이다. 60대 후반에서 90세가 넘은 일흔아홉 분의 할머니들, 네 분의 할아버지들이 쓰고 그린 121편의 시화가 담겨 있다. 이들 중 드물게 다른 시기에 잠시 글을 배운 적이 있는 분도 있지만 거의 대부분 괴산두레학교에서 처음 글을 배운 분들이다.
학교를 다니지 못한 것도 내 탓, 글 모르는 것도 내 탓이라 평생을 눈치 보고 기죽고 살아왔다는 분, 남부끄러우니 글 배우러 다니는 걸 말하지 말라던 분…. 할머니들에게는 글을 배우는 데도 큰 용기가 필요했다. 그리고 조금씩 글자를 익히고 글을 쓰게 되었다. 다음은 19세에 시집와서 평생 농사일을 해온 78세의 안대순 할머니가 쓴 글이다.
ㄱ ㄴ ㄷ
ㅏ ㅑ ㅓ ㅕ
처음 보는 글자
가 갸 거 겨
가지
고구마
글자 겨우 아니
하하 호호
로 료 브 비
글자가 비료지
어렵고 힘든 시대를 견디며 평생을 살아온 할머니들이 가슴속에 담아둔 노래, 털어놓아 본 적 없는 이야기를 꺼내는 데는 또 얼마나 큰 용기와 결심이 필요했을까. 곪기도 하고 삭기도 했을 이야기가 잘 발효되기까지는 얼마만큼의 시간이 필요한 것일까. 이 책에는 ‘글로는 배운 적 없는 인생이 글로 표현되었을 때’의 가슴 뭉클함이 있다. 꾹꾹 눌러쓴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