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이 똑같은 대학 동기와 연인이 되었으나 경제적 무능 때문에 버림받은 남자가 그녀의 죽음을 통보받고 찾아간 장례식에서 고단하고 씁쓸한 삶의 조건을 되새기는 표제작(「괴로운 밤, 우린 춤을 추네」에서는 ‘만파식적’과 ‘처용가’라는 고전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다. 코로나 재난지원금으로 어머니의 선물을 사려 하는 실직자의 고달픔(「선물」, 학폭·왕따의 굴레와 법 제도 및 적용의 모순(「네버 엔딩 스토리」, 부동산에 대한 욕망과 가상화폐 투자 끝에 다다른 씁쓸한 현실(「숨바꼭질」, 전염병과 전쟁에 대한 우화(「눈먼 자들의 우주」, 유력 정치인의 부동산 정책 관련 발언 문제로 대동단결해 시위에 나섰지만 서서히 분열하며 드러나는 저마다의 욕망(「동상이몽」, 콜센터 안내원의 취약한 근로조건(「안부」, 자기 욕망 때문에 기꺼이 서로를 질시하고 진실을 호도하는 일상의 모습(「동호회」 등 지금 우리 시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직접적이고 절박한 묘사를 따라가다 보면, 마치 우리가 주인공과 같은 곤경에 처한 것처럼 숨이 가빠오기도 한다.
그런 처절하고 너절한 현실 속에도 희망은 있다. 중고거래 사기를 당했지만, 같은 사이트에서 만난 사람과 교감을 나누며 살아갈 힘을 찾는 이야기(「징검다리」, 사고 후 인공지능이 되어버린 존재의 인간성을 지키기 위해 선택한 희생과 사랑(「시간을 되돌리면」, 단군 설화를 차용해 그려낸, 세월에 바래지 않고 단단한 닻이 되어주는 사랑의 가치(「사랑의 유통기한」, 고단하고 힘든 삶 속에서 위로가 되어주는 첫사랑에 대한 아련한 기억(「첫사랑」을 담은 작품에서 우리는 괴로운 밤,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춤을 추는 것밖에 없는 삶의 조건 속에서 길어 올리는 작은 희망을 마주하게 된다. 그 감동이 만만치 않다.
지금 우리 시대와 삶의 조건을 가장 적확하게 다룬 단편들을 고르라면 바로 이 소설집에 수록된 작품들이다. 저마다의 욕망을 부추기는 세상 속에서 우리는 그 장단에 맞춰 춤을 추는 것 외에 달리 할 수 있는 일이 없을지도 모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