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원하는 대로
뭐든 할 수 있으면 행복할까?
달봄이는 생일날 우연히 선물로 받은 지우개 도장을 아빠 손등에 콕 찍어 봤어요. 그랬더니 놀랍게도 잔소리쟁이 아빠가 확 달라졌지 뭐예요. 지우개에 새겨진 ‘고분고분’이란 글자처럼 무슨 말을 하든 다 고분고분 들어주는 거예요. 더 이상한 것은 그 글자가 달봄이 눈에만 보인다는 거예요. 그래도 달봄이는 뭐든 자기 맘대로 하게 되어서 너무너무 신이 나죠. 고분고분 지우개 덕분에 먹고 싶은 라면이나 아이스크림 등을 언제든 맘껏 먹을 수 있었고, 그토록 가고 싶었던 캠핑도, 놀이동산도 갈 수 있게 되었으니까요. 이렇게 뭐든 원하는 대로 할 수 있게 되자, 달봄이는 계속 신나고 행복할 거로 생각했어요. 하지만 달봄이의 이런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어요. 자기가 원하는 대로 뭐든 할 수 있는데, 도대체 왜 마냥 행복하지 못한 걸까요? 달봄이는 더 늦기 전에 아빠 손등에 찍힌 ‘고분고분’이라는 말을 지워야겠다고 결심했어요. 달봄이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요? 고분고분이 무슨 문제가 되는 걸까요?
좋은 건 좋다고, 힘든 건 힘들다고,
안 되는 건 안 된다고 말해야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어요
고분고분은 가끔만!
달봄이는 맨날 ‘라면 먹지 말아라.’, ‘킥보드 타고 학교 가지 말아라.’라고 잔소리하고, 먹기 싫다는 브로콜리, 오이, 통 같은 것은 몸에 좋다며 맨날 반찬으로 만들어 주어 아빠가 못마땅했어요. 게다가 주말이면 청소할 시간이 주말밖에 없다면서 같이 놀러 가 주지도 않았지요. 그래서 달봄이는 아빠가 자기 말을 좀 고분고분 잘 들어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놀랍게도 정말 아빠가 달봄이 말이면 무조건 오케이 오케이 하며 들어주는 일이 벌어졌어요. 하지만 그렇게 되자, 달봄이의 아토피는 심해졌고, 아이스크림을 맘대로 먹어 대다 결국 배탈이 나고, 캠핑에 가서 잡아 온 물고기를 몽땅 죽게 하는 일까지 벌어지게 되었지요. 그 무엇보다 아빠가 무리해서 쓰러지는 일까지 벌어졌어요. 그제야 달봄이는 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