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제목 ”많이 좋아졌네요“는 재활병원에서 인사처럼 자주 건네는 말이다. 간병인이 환자에게, 면회 온 사람이 환자에게, 보호자가 환자에게, 환자가 환자에게 ‘좋아졌다’는 말이 ‘안녕하세요’를 대신하여 번진다.
우영 작가의 장편 그래픽노블 《많이 좋아졌네요》는 어느 날 가족 일원의 사고로 중환자실 신세를 지며 ‘보호자’로 호명되기 시작하는 이야기이다. 그동안 병원 드라마나 의료서사에는 환자와 의료진이 중심이 될 뿐 보호자는 그저 환자 곁에서 가슴 졸이는 존재로 묘사되는 데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보호자는 환자를 돌보는 가운데 심리적 고통과 경제적 무게 및 책임마저 고스란히 떠안으며 홀로 분투할 수밖에 없는 힘겨운 존재임에 틀림없다. 평온했던 날들을 뒤로하고 갑자기 ‘보호자’가 되어버린 작가는 그간 ‘돌봄서사’에서 간과된 ‘보호자’의 시선으로 평소 견고하다고만 섣불리 생각했던 사고 이후의 ‘몸에 대한 세상’을 폭로한다. 그리고 그동안 그가 누린 자유는 언제나 누군가의 돌봄과 수고 위에 있었음을 깨닫는다.
가족 구성원의 뜻밖의 사고는 부양과 돌봄의 책임을 둘러싼 혈연 간 갈등, 더 이상 큰돈이 안 되는 환자는 병원 밖으로 내몰리는 냉정한 의료체계, 조선족 노동자를 위시한 외국인 노동자에게 전가되어 버린 한국 사회의 돌봄과 요양 서비스 등 다양한 계층의 이야기들을 내포하고 있다. 과연 우리가 인간으로서 존엄하게 살 수 있는 길은 무엇인가?
기영의 삶에 아버지 보현의 사고가 암초처럼 들이닥친다. 외상성뇌출혈. 머리를 크게 다쳐 몸을 잃어가는 아버지 곁에서 기영은 보호자로 호명되기 시작한다. 늦깎이 그림 작가로서 그의 자유로웠던 시간은 가족의 사고를 감당하는 곳에 소비되며 병원에서 헤쳐 나가야 하는 과제들을 하나씩 마주하게 된다. 매몰찬 병원의 처우, 책임지지 않는 회사와의 소송 등 야박하기만 한 세상의 단면들을 힘겹게 겪어낸다. 아버지의 세계와 거리를 두었던 기영은 아버지의 사고 이후 어느새 가족의 맨 앞에 서면서 아버지가 가장으로서 감당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