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스탄>
《토마스 만 단편 전집》 제2권에 수록된 9편의 작품들을 모두 관통하는 한 가지 특징은 삶과 죽음의 대립이다, 이것은 예술성과 시민성의 갈등, 또는 예술가 기질과 시민 기질의 충돌, 삶과 예술의 대비와 갈등으로 표현되는데, 이러한 기본 테마는 단편 <트리스탄>에서도 나타난다. 거의 동시에 쓰인 <토니오 크뢰거>에서는 예술성이 심리적 혹은 사회적 병으로 나타나는 데 비해, <트리스탄>에서는 육체적 질병 및 죽음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
바그너의 음악극 <트리스탄과 이졸데>를 패러디한 작품 <트리스탄>은 1901년 봄에 쓰여, <토니오 크뢰거>와 함께 1903년 단편집 《트리스탄》에 발표되었다. <트리스탄>의 중심 테마는 병과 죽음으로 기울어지는 예술성의 정신과 현실의 시민세계, 즉 넘치는 생명력으로 생활의 기쁨을 누리는 삶 사이의 갈등이다. 이러한 갈등은 작가 슈피넬과 한자동맹 도시의 시민 클뢰터얀이라는 상인을 통해 대변된다. 이 중심 테마는 바그너의 음악극 ‘트리스탄 모티프’, 즉 죽음에 이르게 되는 불행한 사랑의 상징인 트리스탄 모티프를 통해 견고해진다.
<토니오 크뢰거>에서와는 달리 <트리스탄>에서는 예술가도 희화적으로 그려진다. 작가 슈피넬은 하루의 대부분을 자기 방에서 글을 쓰면서 보내는 기이한 인간으로 독자에게 소개된다. 슈피넬은 무슨 광물인가 보석인가 하는 별난 이름을 가진 작가로 요양원에서 세월을 축내고 있는 특이한 인간으로 묘사된다. 그는 작가이긴 하지만 책이라기보다는 노트 형식으로 써놓은, 장편소설 비슷한 것을 펴낸 것 이외에는 문학적으로 내세울 만한 업적이 없는 사람이다. 그가 유일하게 쓴 책은 늘 그의 책상 위에 놓여 있는데, 충직한 요양원의 집사 폰 오스털로 양이 일하다가 잠시 쉬면서 15분 안에 다 읽었을 정도로 폄하된다. 슈피넬이란 인간은 전적으로 자신의 고유한 미적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사람이다, 환상 속, 꿈속의 현상들만이 그에겐 현실성을 갖는다. 그는 아파서 요양원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이곳의 건축양식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