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펴내며: 어느 ‘복 많은 놈’의 이야기
39년생 김동훈의 ‘나의 살던 고향들’
1 평온했던 내 어린 시절: 만주벌과 두만강 이남
함경북도 남양에서 태어난 이유 | 아버지의 유학과 슈퍼우먼 어머니 | 옥자 누나의 죽음, 그리고 다시 만주로 | 달 속 십자가의 조짐 | 내가 마지막으로 본 만주
2 눈보라 휘날리던 바람 찬 흥남부두
내세우자 인민의 대표 | 내가 교사를 평생 싫어한 이유 | 그해 여름은 뜨거웠다 | 내 생애 최고의 한 달 | 흥남부두의 통곡 | 구사일생, 흥남의 방주 | 흥남부두를 떠나며
3 남도의 끝섬들에서
남녘땅의 나그네 가족 | 회중시계와 동해남부선 | 거지들의 재회 | 두만강 소년 제주도 가다 | 열 살 기억 여든까지 간다 | 내 평생의 찰떡 | 오이의 비극 | 거제도의 졸업식
4 밀양과 대구의 악동, 부산의 대학생이 되다
밀양 친구 수봉이 | 대구에서의 봄날과 치욕 | 행운과 액운의 쌍곡선 | 날아간 파일럿의 꿈 | 수산대학생이 맞은 태풍 사라 | 큰형을 떠올리며 | 대한민국의 격변, 그러나 바빴던 대학생
5 가난한 날의 행복과 슬픔
당당함에 대하여 | 큰형 결혼 대작전 | 하늘은 스스로 돕는 천재를 돕는다 | 노총각의 세 가지 원칙 | 처갓집 이야기 | 가난한 날의 행복과 슬픔 | 나쁜 이 이상한 이 좋은 이
6 거인의 어깨 위에서 놀던 시절
고려원양 판매과장이 되기까지 | 황태 덕장 앞에서 | 거인과의 만남 | 동원산업 부산 지사장이 되어 다시 부산으로 | 거인의 어깨 위에서 | 주먹과 개밥 | 안타까운 죽음들 | 이제는 말할 수 있는 일들 | 한국에서 참치 통조림을 처음 먹은 사람은 | 동원참치의 신화와 홀로서기의 꿈 | 나의 달란트
7 디아스포라 우리 가족
다섯 남매 이야기, 그리고 중국에서 온 편지 | 중국으로 가는 길 | 간도에서 만난 주현미
강 건너 고향 | 피는 물보다 진하고 돈은 피보다 진하다
글을 마치며: 화살 같은 여든네 살의 돌아보기
아들의 후기: 자
이야기꾼 산하 김형민 PD가 다듬고 정리한 아버지의 자서전
이야기꾼 산하 김형민 PD가 아버지가 쓴 살아온 이야기를 다듬어 한 권의 책으로 펴냈다. 50대 아들 김형민이 본 80대 아버지의 가장 큰 ‘달란트’는 예전 이야기를 파노라마처럼 유장하게 읊을 수 있는 기억력이다. 수십 년 전 만난 사람의 이름과 스친 사연을 생생하게 되살려 흥미진진하게 풀어내는 아버지의 이야기를 들을 때면 경이롭기까지 하다. 그런 아버지가 팔순 잔치 즈음 말씀하셨다. “내 살아온 이야기를 글로 남겨보고 싶다!” 80대 아버지와 50대 아들의 합작 자서전은 이 한마디에서 시작됐다.
한 사람의 삶을 넘어 시대가 보이는 개인 기록물의 탄생
아버지는 이후 워드프로세서를 새로 익히고 독수리 타법으로 천천히 기록을 남기기 시작했고, 그 기간이 2년이 넘는다. 이 기록물을 무심히 흘려보냈다면 아버지의 기억은 방대한 세월의 창고 속에서 부스러져 먼지가 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렇게는 만들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한 아들은 아버지 원고를 다듬고 매끄럽게 만드는 작업에 돌입한다.
켜켜이 쌓인 아버지의 글들을 정리해 다듬던 아들은 아버지의 삶 속에서 역사적 사실을 발견한다. 단순히 개인의 회고록이라 생각했던 글 속에는 한 사람의 삶을 넘어 시대의 역사가 보인다. 이 책 본문 곳곳에는 종종 ‘주’가 등장하는데, 이는 아버지 개인의 삶에서 역사적 맥락의 갈피를 잡아보는 재미에 빠진 아들이 아버지의 역사를 구체화하기 위한 ‘오지랖’의 결과물이다.
여느 역사소설보다 재미난 우리 조부모 세대의 한국 근현대사
이 책의 주인공 김동훈은 1939년 토끼띠로 대한민국 80대라면 누구라도 그러하듯이 일제강점기와 해방, 한국전쟁, 그리고 ‘한강의 기적’ 등 해방 전후의 굵직한 역사적 사건을 온몸으로 겪는다. 한반도 최북단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을 만주와 북한을 오가며 살았던 그는 만 열한 살 때 6.25 전란을 겪으며 가까스로 남으로 내려와 이후 부산, 제주, 거제, 밀양, 대구, 포항, 서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