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사
유병재 (코미디언
그의 글이 단출해 좋다. 애써 멋 내지 않은 듯 보이지만 실은 그러기까지 그가 얼마나 많은 멋쟁이 단어들을 탈락시켰을지를 상상하면 웃길 것도 없는데 미소가 스쳐 지나간다. “정서와 윤리의 백혈구”라는 표현을 쓰기까지 그는 세상 그 어떤 세균과 싸우는 백혈구보다도 치열했으리라.
낮에 모아 밤에 펼쳐냈을 단어들이 그의 선택을 받아 이 책에 담기기까지 얼마나 처절하고 웃겼을까. 나는 문상훈이 아직 쓰지 않은 단어들이 부럽다.
우리 부모님이 3년 먼저 사랑을 나누셨다는 것을 이유로 그에게 윗사람 대접을 받고 있지만 나는 그보다 문상훈의 (거의 최초의 팬임을 이제야 고백한다. 그렇기에 나는 문상훈이 쉬지 않고 썼으면 한다. 그가 취해야만 쓸 수 있는 작가라면 평생 주류를 무상 지원할 테고, 밤에만 쓸 수 있다 하면 1년 내내 동지(冬至이길 빌겠다. 시인이 못하는 것들을 나눠서 해주고 싶다는 문상훈처럼 나도 그가 못하는 것을 나눠 해주고 싶다.
누구도 30초 이상 무언가를 보지 못한다는 시대에, 모두가 글자를 읽는 대신 챌린지를 하는 시대에 나는 문상훈의 글이 모기처럼 언제나 우리 곁에 있었으면 한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어떤 알고리듬으로든 우리는 만날 수밖에 없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선택한 독자분들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하는 상상을 한다. 같은 정서를 공유하고 있을 그들과 이 책에서 동창회를 열고 싶다.
이슬아 (작가, 헤엄 출판사 대표
문상훈을 만나면 진짜 대화를 하게 된다. 우리는 방송꾼처럼, 그러니까 업자처럼 말할 수도 있겠으나 그렇게 하지 않는다. 입에 발린 말과 하나마나한 소리 같은 건 저리 치워둔다. 그도 나도 젊지만 가짜 대화에 신물이 날 만큼은 살아본 것 같다. 문상훈이 처음으로 글을 보여준 날엔 심장이 무지 빨리 뛰었다. 그가 너무 귀엽고 슬퍼서, 청승이 너무나 정교하고 고와서 마음이 아팠다. 아끼고 싶은 아픔이었다. 글이 좋다고 내가 말하자 그는 답장을 계속 썼다 지웠다 했다. 그 망설임은 나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