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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희망의 여정
(일본에 망명 중인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 1972~1973
당신만이 한국을 대표해서 말할 수 있습니다(1972년 12월 19일
한번 들어오시면 다시 나가기는 힘들 것입니다(1972년 12월 28일
중앙정보부 사람들이 미행하니 조심하세요(1973년 1월 5일
미국에 가서 공부하세요(1973년 1월 11일
김지하의 비어가 새삼 예언처럼 느껴지곤 합니다(1973년 1월 22일
이제 한국에는 야당이 없어요(1973년 2월 19일
당신을 경호하는 몇 사람과 늘 같이 다니세요(1973년 2월 20일
총칼과 정보망에 매여 말을 못 하는 가엾은 민족입니다(1973년 3월 11일
외롭고 두려움을 느꼈으나 희망은 잃지 않았습니다(1973년 3월 19일
정말로 자유가 그리워요(1973년 3월 25일
요즘은 그들이 가엾습니다(1973년 3월 28일
비서들 쌀값 정도는 도와주어야 내 마음이 편해요(1973년 3월 29일
어려움을 겪지 않고서는 내일의 영광이 없습니다(1973년 4월 2일
오늘의 권력자들이 불쌍해요(1973년 4월 10일
그들도 당신을 칭찬하더래요(1973년 5월 1일
쉬지 말고 기도하세요(1973년 5월 7일
당신의 귀한 생명을 보존하도록 더욱 힘쓰세요(1973년 5월 15일
정보부가 무슨 짓을 할지 모르겠어요(1973년 5월 16일
때를 위해 준비에 힘써야 할 것 같아요(1973년 5월 18일
꾸준히 분투하고 계신 당신께 경의를 표합니다(1973년 5월 29일
하루라도 속히 당신 계신 곳으로 가고 싶습니다(1973년 6월
전략상 소리 없이 계시는 것도 효과가 있을 것입니다(1973년 6월 20일
저들이 당신 때문에 두통을 앓고 있는 것이 사실이에요(1973년 7월 7일
어떤 경우에도 귀국하지 마세요(1973년 7월 8일
단 한 사람의 벗도 진실하게 사귈 수 없는 세상입니다(1973년 7월 13일
사람 조심 몸조심하시는 것 잊지 마세요(
이희호가 “존경하는 당신” 김대중에게
《옥중서신 2》는 이희호 여사가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 모음이다. 2권 역시 총 3장으로 구성되었다. 1장에는 1972년 10월유신 이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미국, 일본 등지에서 망명 생활을 하던 때부터 1973년 8월 8일 ‘김대중 납치사건’이 일어나기 1주일 전까지 주고받은 편지 27편이 수록되어 있다. 2장에는 1976년 ‘3.1민주구국선언사건’으로 진주교도소에 수감 중이던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 33편을 담았다. 마지막 3장에는 1980년 ‘김대중 내란음모사건’으로 청주교도소에 수감 중이던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 수십 편을 수록했다
이희호 여사가 옥중으로 보낸 편지에는 남편의 안전을 걱정하는 절박한 심정과 당부가 곳곳에 묻어 있다. 혹여 김대중 전 대통령이 용기를 잃지 않을까 걱정하는 마음에 가족 소식을 꼼꼼하게 담았고, 지인과 측근의 근황은 물론, 마당의 화초 이야기 등을 편지를 써 내려갔다. 국내외 정세와 사회 문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소식을 편지에 적어, 김대중 전 대통령이 옥 바깥의 현실감각을 잃지 않도록 애쓴 흔적이 곳곳에 보인다. 이희호 여사는 인생의 배우자이자, 민주화 투쟁의 동지, 그리고 정치적 후원자이자 조언자로서 김대중 전 대통령의 곁에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옥중서신 2》에 수록한 편지는 이희호 여사의 세심하고 꼼꼼한 면모는 물론이고, 아내이자 어머니의 역할을 넘어, 민주화 투쟁의 운동가이자 인권 운동가로서의 모습을 여실히 보여준다. 감옥에 갇힌 남편을 구명하기 위해 국내뿐 아니라 국외에까지 닿은 그의 ‘투쟁사’를 절실함이 묻어 있는 담담한 필치에서 절절하게 느낄 수 있다. 이희호 여사의 편지들은 당시 시대 상황만이 아니라 당대의 사회정치적 맥락 속에서 민주화 투쟁이 어떻게 진행되었는지를 엿볼 수 있는 중요한 기록물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