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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늑대의 시간 : 제2차 세계대전 패망 후 10년, 망각의 독일인과 부도덕의 나날들 (양장
저자 하랄트 얘너
출판사 위즈덤하우스
출판일 2024-01-24
정가 28,000원
ISBN 97911717109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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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는 말: 불행 사이로 비치는 행복 7

1. 제로 시간?
수많은 시작과 끝19 | 지옥을 경험한 사람들28

2. 폐허 속에서
거대한 잔해는 누가 치울 것인가37 | 폐허의 아름다움과 잔해 관광55

3. 대이동
영원히 고향을 잃은 사람들71 | 해방된 강제 징용자와 유랑 포로78 | 충격적인 자기 자신과의 만남102 | 길 위에서의 곤궁한 삶124

4. 댄스 열풍
끓어오르는 삶의 기쁨139 | 잿더미 위에서 열린 광란의 파티149

5. 파괴된 도시의 사랑
탈진한 남자들의 귀향171 | 《콘스탄체》, 여성의 목소리를 내다185 | 삶에 굶주리고 사랑에 목마른191 | 여성 과잉 시대199 | 동쪽 여성들이 겪은 “능욕의 시간”209 | 서쪽의 양키 애인, 베로니카 당케쇤216

6. 약탈, 배급, 암거래: 시장경제를 위한 수업
재분배의 시작: 약탈을 배우다237 | 식량 배급표의 논리학243 | 좀도둑 민족의 탄생252 | 시민 학교로서의 암시장271

7. 경제 기적과 부도덕에 대한 염려
화폐 개혁, 두 번째 제로 시간285 | 볼프스부르크, 인간 대농장296 | 부부의 성을 사업 모델로 삼다321 | 도덕적 타락에 대한 두려움332

8. 재교육자들
연합국의 독일 정신 개조343 | 고향을 찾은 낯선 손님들360

9. 예술 냉전과 민주주의 설계
문화에 대한 갈망385 | 추상미술과 사회적 시장경제393 | 키드니 테이블이 바꾼 생각들414

10. 억압의 소리
공기처럼 사라진 파시즘425 | 침묵, 말, 그리고 내키지 않는 밀착434 | 탈나치화와 민주주의451

맺음말: 삶은 계속된다 460
주 466
참고문헌 507
그림 및 인용 출처 521
찾아보기 522
야만의 시대에서 시민의 시대로,
전후 독일인은 무엇을 망각하고 어떻게 회복했는가?

전쟁이 끝날 때까지 똘똘 뭉쳐 있었던 독일인들은 전쟁이 끝나자 완벽하게 분열되었다. 옛 질서는 사라졌지만, 새 질서는 아직 모호한 이때, ‘인간이 다른 모두에게 늑대’라는 뜻으로 ‘늑대의 시간’이란 이름이 붙었다. 전쟁 이후, 절반 이상의 독일인은 과거 속하던 자리에 남아 있지 않았다. 폭격에 사망하거나 피난, 망명, 강제 이주를 당한 사람들에 1000만 명의 강제 징용자까지 합하면 그 규모는 총 4000만 명에 달했다. 자신이 살던 자리에서 추방당하고 끌려가고, 풀려나며 새로운 자리를 찾아가던 사람들이 어떻게 다시 시민의 정체성을 찾을 수 있었을까? 완전히 새로운 구성원으로, 무질서의 상태에서 새로운 사회를 만들어야 했던 시기. 저자는 이 시기의 이야기에 주목한다.

가장 중대한 변화는 일상에서 시작되었다. 먹을 것을 조달하는 일에서, 약탈에서, 교환에서, 구매에서 일어났다. 사랑도 마찬가지다. 전쟁이 끝나자 성적 모험의 물결이 봇물처럼 터져나왔고, 다른 한편으로 그렇게 갈망하던 남자들의 귀향 뒤에 극심한 실망도 뒤따랐다. 사람들은 모든 것을 새로 시작하고 싶어 했으며, 이혼 수치는 비약적으로 치솟았다.
가족은 해체되고, 삶의 질서는 산산조각이 났으며, 인간 관계는 상실되어 갔지만, 사람들은 새롭게 다시 모여 어울렸고, 젊고 용기 있는 사람들은 잿더미의 혼란 위에서 매일마다 자신의 행복을 찾는 모험을 즐겼다. 전후 독일인의 의식을 볼 때 홀로코스트가 미친 영향은 놀라울 정도로 미미했다. 자신들의 ‘수상쩍은 행복’을 위해서 홀로코스트를 회피했고, 자신들을 희생자로 그렸다. 그러면서도 전후 시대는 지금까지 여겨지던 것보다 더 논쟁적이었고, 삶은 더 개방적이었으며, 지식인은 더 비판적이었다. 의견의 스펙트럼은 넓었고 예술은 더 혁신적이었다. 이런 의식적 억압과 왜곡 속에서 반파시스트적이고 신뢰를 일깨우는 오늘의 독일이 탄생했던 것이다.

이 책은 전쟁 직후 10년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