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말 ─ 9
01 무서록, 이태준 고수의 맛 ─ 19
02 호밀밭의 파수꾼, J.D. 샐린저 정말, 굉장히, 엄청난 ─ 25
03 사랑의 단상, 롤랑 바르트 사랑의 바이블 ─ 31
04 박용래 시전집, 박용래 우는 사람 ─ 37
05 봉별기, 이상 속아도 꿈결 속여도 꿈결 ─ 45
06 다른 방식으로 보기, 존 버거 다르게 보면 다른 사람이 된다 ─ 51
07 내 방 여행하는 법, 그자비에 드 메스트르 누구도 못 말리는 여행 ─ 57
08 헬렌 니어링의 소박한 밥상, 헬렌 니어링 이것은 요리책이 아니다 ─ 63
09 사양, 다자이 오사무 이 세상의 공기와 햇빛 속에서 살기 힘듭니다 ─ 69
10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 안톤 슈낙 슬픔은 영혼의 운동이다 ─ 75
11 장자, 장자 크게 날아가는, 이야기 ─ 81
12 연인, 마르그리트 뒤라스 사랑은 동사다 ─ 87
13 진달래꽃, 김소월 우리가 살면서 품은 소소한 설움들 ─ 93
14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헤르만 헤세 우정에도 관능이 깃들 수 있다 ─ 101
15 침묵의 세계, 막스 피카르트 침묵은 또다른 언어다 ─ 107
16 나는 왜 쓰는가, 조지 오웰 너무 따뜻한 칼 ─ 113
17 슬픔이여 안녕, 프랑수아즈 사강 아름답고도 묵직한 이름 ─ 119
18 화사집, 서정주 죽고 나서, 시작하는 시 ─ 125
19 동백꽃, 김유정 시작하면 멈출 수 없는 이야기 ─ 131
20 변신, 카프카 사랑해서 필요한가, 필요해서 사랑하나 ─ 137
21 삼십세, 잉에보르크 바흐만 서른, 미숙과 성숙 사이 ─ 143
22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루이스 캐럴 교훈 같은 건 없을지도 몰라요 ─ 149
23 수상록, 미셸 드 몽테뉴 구두쇠가 보배를 즐기듯, 읽어보기 ─ 155
24 일방통행로, 발터 벤야민 은둔하는 별 ─ 161
25 여름의 책, 토베 얀손 슬픔도 기쁨도 풀잎처럼 껴 있다 ─ 167
26 빌뱅이 언덕, 권정생 외롭고, 닳아 있고, 뭉툭한 ─ 173
27
잘못된 길을 열심히 걸을 때 우리가 얻는 가치
어떤 책이 고전이 되는 것일까? 물론 사람들이 그것을 ‘고전’이라 부르기로 결정했을 때 그것은 고전이 된다. 그러기 위해선 우선 오랜 세월 읽혀야 한다. 다시, 오랜 세월 읽히기 위해선 여러 세대에 걸친 독자들의 감상과 해석에도 변함없는 생명력으로 퍼덕여야 한다. 수많은 시간 동안 수많은 사람이 그 매력에 질리지도 않고 빠져드는 책, 그런 책이 고전이라면 우리라고 별수 있을까? 도리어 한 번, 두 번, 그리고 세 번, 그렇게 계속 빠져들지 않을지, 다른 책에 한눈팔 기회도 주지 않고 우리를 유혹하진 않을지 걱정해야 하진 않을까? 그 매력에 빠진 한 사람으로서 박연준 시인이 자신의 고전 서른아홉 권을 소개한다.
고전 읽기에 대해 이야기하며 박연준 시인은 머리말에서 자신이 겪은 한 일화를 소개한다. 도로의 출구를 잘못 든 시인은 급하게 차선을 변경한다. 비상등으로 사과의 뜻을 전했음에도 뒤차는 클랙슨을 울리더니 신호 대기 때는 기어이 창문을 내리곤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이봐요! 길을 잘못 들었으면 그냥 잘못 가세요! 위험하니까 계속 잘못 가시라고요!” 화두처럼 다가온 말에 시인은 깨닫는다. 이미 잘못 든 길을 무리해서 빠져나오려고 할 때 사고가 나는 거구나, 어차피 잘못 드는 것이 길이라면 두려워하지 않아야 하는구나. 그러곤 고전 읽기도 이와 비슷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어쩌다 잘못 든 길을 온 마음을 다해 그 끝까지 걸어간 이들이 남긴 기록으로서 고전. 사람들을 매혹하는 고전의 매력이 바로 여기 있는 것은 아닐까. 그 어떤 삶도 완벽할 순 없으니 그 누구도 온전히 지혜로울 순 없으니, 최선은 피할 수 없는 좌충우돌을 겁내지 않는 것, 그리고 최대한 즐기는 것, 이를 고전이라 불리는 책들은 말하고 있다.
다만 서른아홉 개의, 무척이나 빛났던 삶
그렇게 박연준 시인을 따라 쭉 읽어보면 역시 이들 책은 어떤 거대한 것을 이야기하고 있지 않다. 프랑수아즈 사강이나 다자이 오사무처럼 “스스로를 파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