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례없는 철학자, 히파르키아가 전하는 메시지
히파르키아는 부유한 가문 출신이지만, 부랑자 같은 삶을 살기로 한 철학자 크라테스의 사유와 생활 방식에 매혹되었다. 아무리 잘살거나 잘생겼다 해도 다른 구혼자들에게는 관심을 잃었다. 오직 크라테스만이 결혼하고 싶은 남자였다. 크라테스는 옷을 벗어 던지며 그녀에게 말했다. 〈이것이 남편이고, 이것이 그의 재산이니, 결정하시오. 내 생활 방식을 함께하지 않고서는 내 아내가 될 수 없으니.〉 물론 히파르키아 역시 옷을 훌훌 벗어 던졌다. 그리고 그들은 함께 사유 재산 없이 길에서 살며 견유주의 철학을 설파했다. 견유학파는 자신의 본성에 따라 자연스럽게 생활하면서 사회적 위계나 관습을 무시했던 철학 운동이다. 그렇기에 히파르키아는 당시 기준으로 매우 예외적인 학자였다. 일단 고대 그리스에서는 여성이 철학자가 된다는 것 자체가 일반적이지 않았고, 견유주의 철학은 당시 교양 없고 충격적인 분야로 받아들여졌기에 여성이 이 두 가지 길을 모두 좇는 것은 굉장히 드문 사례였다. 히파르키아는 심포시온에 가고 토론에 참여하기도 했는데, 당시 여성으로서는 유례없는 일이었다. 무엇보다 여자와 노예를 그리스 인구에 포함하지 않았던 시절에 일찍부터 동물 복지를 생각했다는 점도 너무나 놀랍다. 히파르키아에겐 통용되는 규범을 거부하고 자신의 이상을 굳게 지키는 배짱이 있었다. 바바라 스톡은 거기서 우리 시대에 필요한 중요한 메시지를 보았다. 그 지혜가 놀라울 정도로 오늘날에도 여전히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히파르키아와 크라테스는 우리에게 <사람을 불행하게 하는 것은 대개 상황이 아니라 상황을 바라보는 방식>이라는 가르침을 준다. 시야를 넓히고 사실에 집중하면 상황을 다른 견지에서 볼 수 있다는 이야기는 지금 이 순간에도 너무나 유효한 사고방식이 아닐까. 최초의 여성 철학자이자 최초의 페미니스트인 히파르키아를 지금 꼭 만나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책 속에서
책에선 이런 질문을 해.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그건 무엇보다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