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피와 이야기의 땅, 슬라브>
슬라브, 유럽의 3분의 1_우리와 가장 가깝고도 먼 유럽
슬라브 3형제의 전설_동슬라브, 서슬라브, 남슬라브
슬라브 무곡과 슬라브 서사시_가장 슬라브적인 것을 향하여
<동슬라브: 하필이면 러시아 옆이라>
가장 비옥한 땅에서 굶어 죽은 사람들_우크라이나 홀로도모르
체르노빌 다크 투어와 스토커_폐허의 땅을 찾는 사람들
비텝스크와 바비 야르_샤갈의 마을과 죽음의 계곡
오데사의 계단_혁명에 불을 지핀 항구 도시
<서슬라브: 죽도록 죽도록 아름다운>
블타바강을 따라 걷는 프라하_하벨과 카프카, 흐라발의 흔적들
프라하 유대인 지구의 전설_골렘이 로봇이 되기까지
바츨라프 광장의 불꽃_프라하의 봄과 체코 민주화 운동
리디체를 기억하라_새벽의 7인이 남긴 비극
‘피아니스트’의 도시 바르샤바_골목골목 만나는 쇼팽의 선율
브로츠와프의 난쟁이와 거인_그로토프스키의 연극적 유산
크라쿠프의 쉰들러 공장_독일인, 유대인, 그리고 폴란드인
<남슬라브: 슬픔과 눈물의 ‘빵빠레’>
하얀 도시 베오그라드_유고슬라비아와 세르비아의 수도
비셰그라드와 드리나강의 다리_발칸 400년 역사의 대서사시
사라예보의 장미_20세기 최악의 전쟁, 보스니아 내전
모스타르의 십자가_무슬림 박해와 스레브레니차 학살
달마티아 해안의 도시들_황제와 영웅, 그리고 요정이 사는 곳
노비 자그레브와 스코페_유고슬라비아 도시 계획이 남긴 풍경
<에필로그>
핏자국과 수레국화
가깝지만 먼 유럽, 슬라브
슬라브는 게르만, 라틴과 함께 유럽을 이루는 주요 민족 중 하나로 유럽 전체 인구의 3분의 1에 해당하지만, 서유럽 문화가 강세인 우리나라에서는 여전히 낯설고 멀게 느껴진다. 사실 지리적으로 서유럽이나 북유럽보다 가까운 거대한 문화권임에도 불구하고 슬라브와 우리의 심리적 거리는 멀다. 이 지역이 냉전 시기, ‘철의 장막’이라 불린 공산주의 진영에 속해 있어 문화적으로 교류가 적었던 데다, 서유럽에 비해 경제적으로 낙후된 국가들이 많다 보니 상대적으로 중요하지 않게 여겨진 경향이 없지 않다.
피와 눈물, 그리고 이야기의 땅
슬라브 문화권의 나라들은 오랜 세월 굴곡 많은 역사를 겪었다. 유럽과 아시아 사이에 자리하다 보니 양쪽에서 수많은 침략을 받았고, 기독교와 이슬람 문화권의 경계에서 크고 작은 전쟁이 끊이지 않았다. 덕분에 국경이 수도 없이 바뀌고, 몇몇 나라들은 아예 국가가 사라지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여기에 강하고 뜨거운 슬라브족 특유의 기질이 더해져, 수많은 갈등과 내전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났다. 굵직한 전쟁만 추려 봐도 제1차 세계 대전의 도화선이 된 사라예보 암살과 제2차 세계 대전의 시발점이 된 나치의 폴란드 점령, 20세기 최악의 전쟁으로 손꼽히는 보스니아 내전 등이 다 이 지역에서 발생한 사건들이다.
피와 눈물의 역사로 점철된 지역이지만, 슬라브는 또한 그 어느 지역보다 이야기와 예술이 발달한 곳이기도 하다. 수많은 노벨 문학상 수상자와 민족주의 음악가들, 20세기 연극과 영화를 주름잡은 거장 등, 이 지역은 동유럽 문화예술을 찬란하게 꽃피웠다. 인간이 끊임없이 이야기를 만들어 내고 또 그것을 갈망하는 이유는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을 참을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슬라브 지역의 예술이, 특히 이야기가 그토록 발달한 이유는 이들이 그것 없이는 견딜 수 없을 만큼 잔혹한 역사와 현실을 겪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슬라브의 수많은 이야기에는 언제나 웃음 뒤에 눈물과 한숨이 뒤섞여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