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말
누군가 나를 이뻐한다면 어떤 기분일까?
어릴 때 할아버지께서는 나를 너무 이뻐하셔서, 오랜만에 할아버지 댁에 가면 멀리서부터 눈물을 글썽이며 기다리고 계시곤 했다. 이젠 나도 나이가 들어 손녀가 생겼다. 얼마나 이쁜지 슬쩍 보기만 해도 행복하다. 손녀뿐인가? 우리 딸도 이쁘고, 우리 아들도 이쁘다.
‘이쁘다’는 말엔 힘이 있다. 사랑을 많이 받은 아이는 막다른 곳에 이르러도 용기를 잃지 않는다. 그것은 아이가 언제든 돌아갈 따스한 품이 있기 때문이다. 내 아이, 내 가족만 그런가? 공원 구석에 숨어 사는 고양이도, 아파트에 혼자 사시는 할머니도 이뻐해 줄 사람이 필요하다. 숲에 아무 말 않고 서 있는 나무에도 사랑이 필요하다. 들판의 키 작은 풀들도, 산속의 여우도 이뻐해 줄 사람이 필요하다. 요즘 보면 바다도, 파란 하늘도 ‘이쁘다’고 말해 줄 사람이 필요한 듯하다.
그렇다. 우린 모두 사랑이 필요하다. 나에게, 너에게, 그리고 모두에게 이쁘다고 말해 주자. 온 세상이 기운을 뿜으며 쿵쾅쿵쾅 즐거운 소리를 내는 광경을 보게 되리라.
이토록 이쁜 여우똥이라니,
세상 모든 것이 이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여우 한 마리가 가만히 책을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그러다 똥을 눴는데, 똥 모양이 아까 보던 책처럼 알록달록하고 이쁩니다. 여우똥이 이렇게 이쁘면 어떻게 될까요? 사람들은 여우똥을 가까이 두고, 만지고, 가지고 놀기 시작합니다. 안경으로 만들고 옷을 해 입고 멋진 수염으로 만들어 붙이고 심지어 끌어안고 잠이 듭니다. 이뻐하는 마음은 스스로를 물들입니다. 사람들도 여우똥처럼 알록달록 이뻐지더니, 그런 마음으로 바라본 숲의 나무, 넓은 하늘, 반짝이는 별도 마찬가지로 색색으로 물들어 아름답게 빛납니다. 간결한 글과 그림에 주요한 의미를 담아 온 이성표 작가는 똥이 이쁘다는 발상으로 우리의 인식을 확장시킵니다. 알록달록 부드럽고 화사한 색감의 여우똥은 우리를 상상의 세계로 데려갑니다. 규정된 틀을 깨니 자유롭고 경쾌합니다.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