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장국영 아저씨와 ‘문제적 인간’ 세르게이
2장 못과 우럭에 대한 감각
3장 세르게이의 편지
4장 “길드에 들어오실래요?”
5장 운명의 수레바퀴
6장 명성황후와 시 혐오자들
-부제: 인생의 묘미는 만남에 있다
7장 동굴 할아버지와 임플란트
8장 감상적이고 현학적인 시급 9620원의 깡패
9장 도둑을 위한 도서관
10장 누가 기침 소리를 내었는가
11장 용서할 순 있어요, 잊지는 못해요
12장 노루발장도리
13장 자주는 아니고 가끔, 알 수 없는 이유로
작가의 말
이 기묘하고 더없이 독특한 소설은 농담과 진실이, 동문서답과 우문현답이, 헛소리와 진심이 뒤엉켜 있다. 안개가 덮은 풍경처럼, 경계선 없이. 이 날것의 소설이야말로 진정 청소년을 위한 소설인지도 모른다. 어른들이 제멋대로 지워 버리고 수정하고 왜곡한 이미지가 아니라는 점에서. 짜 맞춘 듯한 ‘청소년다운’ 주제가 없다는 점에서. 무엇보다도, 이 소설은 읽는 내내 웃을 수 있을 만큼 웃기다. 한 번 비극을 말하기 위해 만 번을 희극적으로 말하는 소설, 그게 바로 《세르게이의 N회차 인생》이다.
책 속에서
“다문화가정? 웃기시네. 나는 저 ‘다문화’라는 말이 소름 끼치게 싫었다. 문화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집구석에 무슨 놈의 다문화인지. 그리고 금발 백인과 결혼한 사람들은 ‘다문화’ 가정이라고 안 부르면서(‘국제결혼’이라고들 한다, 꼭 못사는 나라 사람이랑 결혼한 사람들에게만 ‘다문화’라는 말을 붙이는 건지 이유를 모르겠다.”
--- p.10
“거짓말이다. 나는 머리가 좋지도, 착하지도, 밝지도 않고 친구도 없다. 나는 어둠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사실 엄밀히 말하자면 내 선택은 아니었지만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었다. 나는 어둡고 뒤틀린 아이가 되었다. 나는 내가 이 어둠을 직접 선택한 것이라고 믿어야겠다고 나 자신을 설득했고, 어느 순간부터는 정말 그렇게 믿어졌다. 그러자 친구와 사이좋게 지내며 밝은 아이가 되는 게 과연 옳은 일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어두운 아이는 옳지 않은 걸까? 친구가 없으면 잘못된 걸까?”
--- p.11
“내 첫 번째 삶은 말이지, 개미였어. 나는 일개미였거든. 그런데 어느 순간 일개미로서의 삶에 회의감이 드는 거야. 맨날 얼굴도 본 적 없는 여왕개미한테 갖다 바칠 먹이나 구하러 다니고. 일이나 죽도록 하고. (… 그런데 거기서 더 큰 문제는 뭐였냐면, 어느 순간엔가 여왕개미의 삶도 그다지 행복하지 않다는 걸 깨달은 거야. (… 난 깨달았어. 그냥, 개미로 태어난 것 자체가 불행이라는 것을.”
--- p.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