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비린내, 누린내, 풋내, 군내
인류가 언제부터 그렇게 문자를 사용해 왔다고?
01_다른 문자가 보여 주는 다른 세계
사라졌을지도 모를 고유 지식
《한경지략》과 〈한양가〉의 서로 다른 한양
서울, 그리고 서울을 부르는 수많은 한자어
02_이두 향찰의 시대에서 한문의 시대로
1,400년이나 쓰인 이두 향찰 구결
향가와 한시, 나란히 걸리다
의천과 김부식이 못마땅해한 차자 시스템
고려, 몽골에 한문 문화를 전하다
03_한글의 시작, 예상 외의 성공
훈민정음은 갑자기 튀어나온 것인가
급속도로 늘어난 ‘배운 사람들’
사투리까지 담아낸 훈민정음
폰트와 필기구, 활자와 기술 그 너머의 이야기
04_언문이 열어 준 조선 사회의 틈새
정조의 뒤쥭박쥭, 양반 남성도 한글 썼다
여성, 불멸을 꿈꾸며 소리치다
언문, 가족의 일상과 관계를 바꾸다
변경에서 성장하는 새로운 독서
나오며
참고자료
찾아보기
언어/문자 위에서 한국사를 거닐다
한국역사연구회에서 새롭게 기획한 ‘금요일엔 역사책’(한국역사연구회 역사선의 첫 번째 책인 『한문이 말하지 못한 한국사』는 이 같은 의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이두, 향찰, 구결, 한문, 한글, 언문 등 과거 우리가 사용했던 언어/문자를 살피고 이를 통해 한국사에 대한 상상력의 경계를 넓히고자 한다.
언어와 의례, 이념을 통해 공간의 역사성을 살피는 데 관심을 가지고 있는 저자 장지연(대전대 혜화리버럴아츠칼리지 역사문화학전공 교수은 어떻게 이두·향찰의 시대에서 한문의 시대로 이행했는지, 어떻게 한문의 시대에서 한글이 등장하게 되었는지, 한글이 등장한 후 어떤 쓰임새를 겪었는지 등 우리의 언어/문자의 역사를 두루두루 고찰한다. 그러면서 문자가 어떤 계기를 통해 만들어지고 사라지는지, 어떤 문자를 사용하는지에 따라 대상을 보는 시각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문자가 어떻게 정치적·사회적 등급을 매기고 차이를 구별해내는지, 새로운 문자의 등장이 사회를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등 언어/문자를 둘러싼 여러 가지 궁금증을 다양한 예를 통해 쉽게 풀어준다.
풍부한 사례 흥미로운 논지
저자가 안내하는 우리의 과거 언어/문자 세계는 낯설지만 흥미진진하다. 한문으로 기록된 유본예의 산문 『한경지략』과 한글로 기록된 한산거사의 운문 〈한양가〉를 통해 19세기 한양의 모습이 문자에 따라 어떻게 다르게 묘사되었는지, 저자의 욕망이 문자에 따라 어떻게 다르게 투사되었는지를 볼 수 있다. 한문·한자가 국가 간 등급을 어떻게 구분하고 이것이 봉건제적인 책봉-조공 질서와 조응하는 데 비해, 구어와 한글의 세계는 그러한 질서에 무감하였는지를 대조적으로 드러냈다.
저자의 한글에 대한 고찰은 한글 관련 색안경을 벗겨준다는 점에서 특히 유의미하다. 그동안 한자는 조선 시대 내내 “진짜 글 진서眞書이자 유일하게 의미 있는 ‘문자’로 취급받았던” 반면 훈민정음은 “언문, 언서 혹은 여자나 쓰는 글이라고 안글, 암클이라 불리며 천대”받은 ‘문자’로 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