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가 자살시킨 자, 반 고흐
― 서문
― 사회가 자살시킨 자
부록
― 배우를 미치게 만들기
― 사람의 얼굴은 임시적으로…
― 사람의 얼굴
― 갤러리 피에르에서 낭독하기 위해 쓴 세 편의 글
― 연극과 과학
주
옮긴이 해제 · ‘진정한 광인’ 아르토의 반 고흐론, 혹은 잔혹의 시
“아니다, 반 고흐는 미친 게 아니었다.”
스스로 빛을 밝힌 자, 빈센트 반 고흐
누가 그를 광인으로 규정하는가
1947년, 파리의 오랑주리 미술관에서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 1853-1890의 회화전이 열렸다. 한 예술 주간지는 전시 소식을 알리며 정신과 의사 프랑수아조아킴 비어의 글을 통해 화가와 그의 작품을 소개했다. 비어에 따르면 반 고흐의 일생 대부분은 신경 정신적 퇴화의 증거로 가득차 있고, 광기가 그의 천재성을 낳았으며 그의 예술 활동은 정신적 문제들에서 기인한다. 이 글을 접한 앙토냉 아르토는 “한낱 의사의 빌어먹을 수술칼이 위대한 화가의 천재성을 내리 만지작거리게 둘 수 없다”고 격분하며, 이에 대한 반박으로 〈사회가 자살시킨 자, 반 고흐〉를 집필했다.
이 글에서 아르토는 병리학적 진단으로 대상화된 반 고흐의 생을 의학의 폭력으로부터 구출하여, 그의 생이 지닌 날것의 경련을 시적 언어로 되살리고자 한다. 이런 점에서 아르토가 〈사회가 자살시킨 자, 반 고흐〉를 통해 포착하려는 반 고흐의 삶은 그가 잔혹극의 무대에 올려야 한다고 생각한 삶과 다르지 않다. 이때 아르토가 말하는 ‘잔혹’이란 피가 튀는 잔인함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건조한 사실들의 나열로는 포착할 수 없는 “살아 있는 존재의 심장 박동, 그 생명의 헐떡거림과 경련으로서의 ‘생’” 그 자체다.(옮긴이 해제, 171쪽 아르토는 사유를 넘어선 감각으로, 말이 아닌 음악으로 반 고흐의 그림 속에서 꿈틀대는 생의 약동에 다가간다.
“달아오른 폭탄 냄새를 맡아보지도, 아찔한 현기증을 느껴보지도 못한 사람은 마땅히 살아 있다고 할 수 없다. / 이것이 가련한 반 고흐가 이글대는 불꽃으로 표명하고자 했던 위안이다.” -본문 중에서
아르토는 이 과정에서 반 고흐에 대한 정신의학적 판단과 규정, 나아가 정신의학이 지닌 권위와 사회 구조 자체를 근본부터 재론하며, 사회와 정신의학의 공모 관계를 통찰한다. 거짓과 위선, 부르주아적 관성과 타자에 대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