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마모토 슈고로의 유일한 탐정소설
『잠꾸러기 서장님(?ぼけ署長』은 『신청년(新?年』이라는 잡지에 1946년(12월호부터 1948년(1월호까지 연재되었던 연작단편소설이다. 연재 당시에는 작가가 야마모토 슈고로임을 숨기고 ‘복면작가’ 명의로 발표했으나, 1970년에 『야마모토 슈고로 소설전집 별권 3 잠꾸러기 서장님』으로 단행본화 되어 작가의 정체가 밝혀지게 되었다. 『신청년』에 처음 연재를 시작했을 때만 해도 총 3화를 예정했었으나 독자에게 인기를 끌었기에 연재를 연장하여 총 10편의 작품이 되었다.
발표 당시 『신청년』이라는 잡지는 얼마간 쇠락의 길을 걷고 있었다. 일본의 패전 이전에는 추리소설의 아성이었을 뿐만 아니라 격조 높은 읽을거리를 제공하는 잡지로 커다란 인기를 누렸으나, 전쟁과 패전을 겪으며 내외의 사정으로 패전 이후에는 인기가 시들어버리고 말았다. 그러한 때에 연재를 시작한 것이 바로 이 『잠꾸러기 서장님』이었다. 『신청년』은 이 『잠꾸러기 서장님』 덕분에 다시 예전의 인기를 되찾을 수 있었다.
그렇다면 인기가 시들해진 잡지에 ‘복면작가’ 명의로 실은 이 소설이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이유는 어디에 있었을까?
작가의 이름이 ‘복면작가’였으니 『잠꾸러기 서장님』은 독자들의 마음보다 시선을 먼저 사로잡았을 것이다. 이름이 가져다주는 호기심에서 읽기 시작한 추리소설은, 기존에 익숙하게 읽어왔던 추리소설과는 내용도 사건의 전개도 사건을 풀어가는 방식도 전혀 다른 새로운 형식의 작품이었다. 날카로운 관찰력과 놀라운 추리력으로 범인을 밝혀내고 사건을 해결하여 독자에게 통쾌함을 주는 방식이 아니라, 사건의 내용은 이미 꿰뚫어보고 있으며 단지 문제가 되는 것은 그 사건과 관계되는 사람을 어떻게 처리하느냐 하는 데 있었다. 즉, 어떻게 해야 범인을 범죄에서 구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 이 소설의 주요 문제가 되어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우리의 잠꾸러기 서장님은 인간미 넘치는 따스함을 독자들에게 선물한다. 다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