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 2판을 내며
개정판을 내며
책을 내며
프롤로그 - 서사의 무덤에 새겨진 묘사라는 비문
제1장 서사는 초월의 욕망이다
1. ’재현의 위기’는 우리에게 무엇이었나?
2. 리얼리즘의 적들, 루카치를 욕보이다
3. 게으른 앵무새들, 문화비평가가 되다
4. 제임스 본드, 오우삼을 만나다
5. 멜로드라마 영화의 노스탤지어
제2장 스펙터클과 서사의 위기
6. 시놉티콘의 ‘용감한 신세계’
7. 성냥팔이 소녀가 재림한 진짜 이유
8. 유토피아 또는 포르노그래피
제3장 아버지의 이름으로
9. 〈해리 포터〉와 〈반지의 제왕〉, 민족 로망스의 네버?네버 랜드
10. 친일 문학의 미학
11. 축구는 독립운동이다
12. 이문열과 이인화, 두 보수주의자의 초상
13. 유승준과 황석영, 유령 아버지는 어떻게 아들을 찾아오는가?
제4장 문화는 적대이다
14. 〈친구〉, 현실을 우회하는 한 가지 방법
15. 지극히 해피하지 않은 〈해피엔드〉
16. 〈텔미썸딩〉, 계급에 대해 말하지 않기
17.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아버지의 이름이 계급을 만날 때
18. 리얼리티는 상징적 표면을 가지고 있다
제5장 우리가 섹슈얼리티와 ‘그짓’을 하는 몇 가지 방법
19. 섹슈얼리티와의 음란한 탱고
20. 황수정, 억압된 것은 어떻게 귀환하는가?
21. 정양의 누드
제6장 한국 문화의 새로운 지형도
22. 386세대의 불행
23. 김영민, 잡된 글쓰기의 모티브
24. 강준만은 옳은가?
25. 어느 분석철학자의 형이상학
26. 김용옥이 텔레비전으로 간 까닭은?
27. 김지하를 위한 변명
28. 이진경, 진중권, 김규항
에필로그 - 보수주의에 맞선 지도 그리기
『한국 문화의 음란한 판타지』의 목적, 현실의 모순 그 자체를 드러낸다
최근 감명 깊게 본 영화나 문학 작품을 떠올려보자. 그 작품의 무엇이 당신의 마음을 건드렸는가? 감독 혹은 작가가 묘사한 작품 속 세계가 놀랄 만큼 ‘리얼’해서 스스로 그 사건을 겪은 것처럼 눈물을 흘리고 후련함을 느꼈는가? 애국심이나 가족에 대한 사랑이 한층 고취되었는가? 그렇다면 이제 냉철한 눈으로 그 작품이 말해주지 않은 것들은 무엇인지 되짚어 볼 차례다. 『한국 문화의 음란한 판타지』는 그러한 회고를 한층 깊이 있게 만들어줄 안내서다.
이 책의 목적은 특정한 작품이나 담론을 비판하는 데에 있지 않다. 오히려 저자는 그러한 담론이 등장하게 된 현실의 모순 그 자체를 드러내고자 했다. 보수주의자로 알려진 문인의 뒤틀린 강박은 어디에서 그 뿌리를 찾을 수 있는가? 우리는 왜 그렇게 한일전에 집착하는가? 청순한 이미지로 인기를 끌다 몰락한 여성 배우가 유달리 뭇매를 맞은 진짜 이유는 무엇인가? 일견 쉬워 보이는 이 질문들은 사실 그리 단순하지 않다. 격동의 근현대를 겪은 한국인이 갈망하는 ‘민족’의 존재 혹은 부재를 먼저 파악해야 제대로 답할 수 있는 문제이기에 그러하다. 저자가 마르크스, 제임슨, 벤야민 등 서구 이론가의 담론을 토대로 논의를 이어가면서도 서구의 지식 체계를 그대로 이식하여 한국의 상황을 재단하는 실수는 결코 범하지 않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개정 2판을 내며’에서 저자는 “지금 마주하는 이 세계의 야만성을 무기력하게 관망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이 책에서 도모하고자 했던 글쓰기를 통한 참여라는 내 기획은 실패로 귀결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쓴다. 지적 자극을 가장 열정적으로 흡수하고 벼리던 시절의 저자가 단행한 ‘보수주의에 맞선 지도 그리기’라는 야심찬 시도는 그러나 오늘날 결코 무의미하지 않다. 그러한 시도에도 여전한 세계의 야만성이 오히려 20여 년 전의 지도를 토대로 새로운 길을 그려나가야 할 필요성을 확인해주기 때문이다. 저자의 말처럼 “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