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에서
정신을 가진 동물은 모두 이따금씩 정신줄을 놓을 수 있다.
--- p.16
인간은 다른 동물의 행동에 감정 상태를 부여할 때 특히 신중해야 한다.
--- p.46
불법 고기 거래나 밀렵으로 부모나 무리가 죽임을 당한 고릴라, 오랑우탄, 보노보 새끼들을 돌보는 동물원에서 재활이 가장 성공적으로 이루어지는 경우는 그들을 안아 주고, 털을 골라 주고, 놀아 주는 유인원 대리모들이 있을 때다.
--- p.64
요즘 나는 가슴속 몇 군데 뻥 뚫린 곳으로 찬바람이 드나드는 느낌이다. 그 구멍 중 하나는 개 모양이고, 사람 모양의 구멍도 있다. 올리버가 죽은 지 몇 년 후 나는 어쨌든 다시 사랑에 빠졌다. 코끼리 여섯 마리, 코끼리 물범 몇 마리, 침팬지 한 무리, 새끼 고래 한 마리, 다람쥐 한 쌍, 그리고 마치 보이지 않는 끈이 당겨져서 내 삶으로 들어온 듯한 사람 몇 명과 말이다. 그 일이 없었다면 내가 이들을 만날 수 있었을까? 운이 따른다면 상실과 좌절을 겪고 난 후 이런 일이 생길 수 있다. 부지불식간에 자신의 상처가 세상을 끌어안는 순간이 찾아오는 것이다. 어쨌든 내게는 그런 행운이 찾아왔다. 불안증에 걸린 개 한 마리가 나를 동물의 왕국에 들여놓은 것이다.
--- p.78-79
우리가 어떤 환경에 사는지는 우리의 정신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친다. 사실 이는 너무 당연한 얘기라서 굳이 언급할 필요조차 없다. 그렇지만 동물들도 열악한 환경에 처해 있을 때 정신질환에 걸리거나 경악스러운 행동을 하게 된다는 이야기에는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깜짝 놀란다. 씨월드의 범고래나 타이크 같은 코끼리가 조련사를 공격해 죽이는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언론은 다른 조련사, 공원 관계자, 관객들이 놀라는 모습을 전하며 호들갑을 떤다.
--- p.123-124
나는 마음씨 따뜻하고, 지적이고, 공감 능력이 뛰어난 사육사들을 여럿 만났다. 이들은 자신이 돌보는 동물들을 정말 아끼고 아무리 열심히 해도 빛이 나지 않는 일에 큰 희생을 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