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는 글: 나는 수도원에서 어른이 되었다.
1 지원기·청원기: 헤맴의 시간
수도자가 뭔지 몰랐다
애연가들을 위한 수호성인
첫 라틴어 수업은 하얬다
감사합니다. 3층입니다
노숙자가 되다
첫 번째 무전여행
두 번째 무전여행
수도원 까마귀
꿈의 해석1
비겁해도 괜찮아
2 수련기: 마주침의 시간
똥 푸는 걸로 시작했다
꿈의 해석2
일주일 단식기도
동지를 만나다
3 유기서원기: 바라봄의 시간
지복의 장학생
수해복구와 현실 직면
‘밥그릇’을 훔친 수도자
아빠가 되다
미리 알았다면 하지 못했을 일
빈 칠판에 숨은 ‘존재’
‘있음’이 훅 들어왔다
죽음을 응시하다
비교체험 극과 극
전갈 형제의 죽음
밀림을 헤매다
체체와 춤을
차라리 뒤통수를 치십시오
4 성대서약: 존재의 시간
숨 쉬는 것에만 집중하세요
찰나의 무게모두 제자리
순례를 떠나다
동굴에서 기도하기
죽음과의 키스
만년설의 깨달음
새로운 세상으로
닫는 글: 내면의 소리를 따르시기 바랍니다
아침 5시 30분, 일어나야 했지만 머뭇거렸다.
햇빛조차 들지 않는 수도원 북쪽 창문, 얼음꽃이 환상적인 수를 놓았다.
이불 밖으로 얼굴을 내미는 것조차 추웠다. 숨을 내뱉는 순간 뿌연 담배
연기마냥 침대 주변이 입김으로 가득 찼다. 두툼한 솜이불은 묵직하게
몸을 누르며, 조금 더 있다가 일어나도 된다고 귓가에 속삭이는 듯했다.
내가 왜 마음껏 늦잠 자도 되는 대학 생활을 보내지 않고 여기 있는지
참 기가 막혔다. 나의 ‘응답하라 1994’는 추운 수도원 북쪽, 냉동실 같은
작은 방에서 시작되었다.
― 책 속에서
삶의 한 시절에 바치는 작별 인사
저자 김선호는 ‘작은형제회’라는 프란치스코회의 수사로 12년을 산 전직 수사이자 현 초등학교 교사다. 『수도원에서 어른이 되었습니다』는 저자가 긴 수도 생활을 마무리하며, 뜨겁게 정진했던 삶의 한 시절에 바치는 작별 인사다. 미숙했으나 순수했던 청년 시절을 수도자로 보내면서 어른이 된 과정을 기록한 성장문학이기도 하다.
일반적으로 수도 생활이라고 하면, 세속의 삶과는 관계가 없는 특수한 길을 선택한 사람들의 별난 체험을 떠올린다. 그리고 그런 세간의 인상이 부분적으로는 맞기도 하다. 가령 걸인 차림으로 노숙 체험을 하거나, 땡전 한 푼 없이 무전여행을 떠나서 구걸과 걸식으로 며칠을 버티거나, 피정을 떠나서 아무도 없는 암자에서 좌관하는 일을 누구나 하는 일반적인 경험이라고 할 순 없다.
반면 음주와 흡연, 방황과 갈등, 평가(시험에 대한 스트레스가 존재한다는 점은 수도원과 세속의 공통점이다. 저자는 수도원이라는 공간의 특수성이란, 진리에 관심을 가진 사람이 한데 모여 오직 진리만을 추구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데 있으며, 다양한 사람이 함께 살아가면서 겪는 각종 문제는 세속과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수도원을 기행한 책은 많지만 수도원을 살아낸 이야기를 담은 책은 많지 않다는 점에서 『수도원에서 어른이 되었습니다』는 독자에게 수도원이라는 비밀 공간을 들여다보는 재미를 안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