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을 가능케 하는 사랑
그런 사랑을 가능케 하는 상상
여자와 남자가 등장한다. 관형사 ‘한’이 아닌 대명사 ‘이’ 사람일 수밖에 없는 관계. 그런 사람들이 있다. 그걸 운명이라 말할 수도 있겠고, 대수롭지 않게 연인이라고 잘라 말할 수도 있겠으나 소설에서의 두 주인공 ‘구(남자’와 ‘담(여자’은 그 낱말의 범위에서 조금은 이탈해 보인다. 그들은 회문(回文처럼 영원히 같이 붙어 원의 둘레를 순환할 수밖에 없는 관계. 타인이 만들어낸 우연과 엇갈림 등속을 겪지만 삶의 곡선 위에 놓인 두 개의 점은 궤도가 같기에 그들의 운명 또한 같을 수밖에 없어 어떻게든 만나게 된다. 누구는 그런 관계를 지독하다 할지 모르고 또 누구는 완전한 사랑이라 말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비극은 이럴 때에 급작스럽게 그들 위에 놓인다.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 거부될 수 없는 삶의 끝. 소설은 그런 비극 위에서 시작된다. 사랑하는 사람의 시신을 발견하면서, 꺼져버린 사랑을 재확인하면서.
길바닥에 죽어 있는 구의 옆에 앉아 말을 건네는 담의 낮은 목소리에는 비통한 자들만이 가질 수 있는 텅 빈 고독이 스며 있다. 또 초점을 잃은 시선은 현실이 아닌 비현실의 풍경을 바라보는 듯하다. 그런 와중에 그녀는 먹는다. 죽은 자의 신체의 일부를 조금씩 먹기 시작한다. 파격인가. 먹는다는 결과보다는 왜 먹을 수밖에 없는가, 라는 원인에 주목한다. 지금 그녀에게 현재는 죽음이다. 그러니 더더욱 과거에 집중할 수밖에. 죽은 자들은 심장이 멈추고 얼마 동안 청각이 살아 있다고 했던가. 그녀가 죽은 남자에게 속삭인다. 사람이란 뭘까, 나는 흉악범인가 혹은 싸이코인가 아니면 마귀, 야만인, 식인종? 나는 누구인가. 그 어떤 범주에도 자신을 완전히 집어넣을 수 없다고 죽은 자의 귀에 대고 속삭인다. 단지, 너를, 당신을 먹을 뿐이다.
소설은 현재를 말하고 있으나 이미 연인의 죽음으로 시간은 정지되었고, 화자인 그녀가 독백하는 모든 것은 사랑했던 사람과 함께한 지난 시간이 지금의 그녀 머